앵커 : 북한 관영 매체들은 올해도 김정은 총비서 생일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 총비서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데, 여전히 어린 그의 나이, 어머니인 고용희의 출신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생일로 알려진 8일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총비서의 생일 관련 어떠한 내용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에 대해 공식화하지 않았는데, 올해 생일에도 같은 행보를 이어간 것입니다.
그동안 김 총비서의 생일은 간접적으로는 몇 차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데니스 로드먼 전 미국프로농구 선수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경기에 앞서 로드먼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왔다”는 로드먼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로드먼 방북 당시 보도로 김 총비서의 생일을 간접적으로 알린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10월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다음해 8월 개최한다고 전하며 “다음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하며 2017년을 경축 분위기로 번지게 하자”고 기술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올해에도 김 총비서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황은 앞서 감지된 바 있습니다.
2024년도 북한 달력에 이어 지난해 말 발행된 북한 ‘외국문출판사’의 2025년도 달력에서도 김 총비서의 생일은 따로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 총비서의 생일을 공식화하려는 북한의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아직까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본인의 생일로 알려져 있는 1월 8일과 관련된 어떠한 공식적인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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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 총비서의 생일을 아직까지 공식화하지 않는 배경과 관련해서는 김 총비서의 어린 나이, 어머니 출신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지난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1984년생, 만 41세인 김 총비서의 나이는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북한에서는 아직 어리게 취급되고, 김 총비서 역시 자신의 생년월일을 공개하는 순간 권위가 추락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북한에는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가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영도자의 나이가 40세에 불과하다고 하면 많은 간부들과 주민들이 그를 어린 아이 취급하죠. 그래서 김정은이 자기 생일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2004년 사망한 김정은 총비서의 어머니 고용희를 우상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용희는 김정일의 3번째 부인이며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으로, 북한에서는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으로 인해 출신성분이 낮게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7년 1월 9일 정준희 당시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김정은 모계와 관련된 우상화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어 김 총비서 생일 공식화가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의 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만큼 향후에는 김 총비서 생일 공식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11월 2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충성선서를 김 총비서 생일인 1월 8일에 실시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김정은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우상화를)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