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김정은 반미 발언은 트럼프에 던지는 협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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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반미 대응'전략을 말함으로써 시선을 끄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근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제 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되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기 위한 전술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막연한 표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확실히 가장 강력한 반미 대응이라는 문구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말한 "가장 강력한 조치나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늘 그렇듯이 특정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번 계획은 미국의 새 행정부와 한국의 새 행정부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 내년에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다며, 또 4년 전에 수립한 5개년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막연한 목표 외에는 군사적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협상을 원하는 상황을 조성하기 원하지만 이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위협과 도발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는 형태의 공개 성명을 통한 협상을 하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의 수교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실질적인 무언가를 제공받아야만 미국과의 외교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2019년 베트남에서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이건 분명히 협상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하노이에 가서 회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 트럼프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을 겁니다. 김 위원장은 그때 큰 승리를 거두길 바랐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에는 정말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조건을 만들 것이고, 그것이 트럼프가 준비된 것과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가 요구하는 바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역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은 ICBM 발사 등 일련의 도발적 행동을 미리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조금 더 지켜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장 강력한 반미 대응”이라는 북한의 모호한 표현은 “2018-2019년으로 돌아가는” 미-북 외교에 대한 국내의 기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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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천명"하고 내각총리를 박태성으로 임명하는 등 중요간부들을 교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9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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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23∼27일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이며 미일한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쁠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신년 행사 등 다가오는 각종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어떤 대미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