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용의자 석방…사건 미궁 속으로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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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말레이시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을 전격 석방했습니다.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이나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가능성이 적어 이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나 북한과의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공개적인 암살 사건 용의자를 아무런 처벌 없이 석방시켰다면서 이는 북한이 자행하는 인권 유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번 암살 사건이 국제공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해 벌어진 심각한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없이 인도네시아인 용의자가 석방되고 이어 베트남, 즉 윁남인 용의자까지 풀려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사건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이번 판단은 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보다는 정치적인 로비, 즉 영향력 행사에 의한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그러한 심각한 살인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법 절차에 의해 해결해야 겠지만 두 여성들은 석방될 것이고... 이제는 증인들도 없고 용의자도 없고 사건을 해결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는 김정남 암살사건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고위 관리나 가족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형적인 숙청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인도네시아 용의자의 무혐의 석방은 북한의 인권 유린을 국제사회가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차적인 재판권을 가지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김정남 살해 사건을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것이란 풀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베트남인 용의자까지 풀려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사건이 다시 조사되기 위해서는 ICC, 즉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돼야 하지만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미국 정부로서는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설명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지난 1년동안 남북, 미북, 북중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추진됐기 때문에 2년 전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김정남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놔두면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정치 상황을 봐서는 남북화해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을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한국이 추가 조사를 제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적습니다.

한국의 비영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인 김태훈 변호사 역시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번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용의자 석방으로 심각한 범죄인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에 대한 아무런 책임 추궁 없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나 한국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비영리단체들이 나서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인 북한에 대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세계변호사협회(IBA)가 한국에서 개최하는 국제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논의와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대표 : 저희 같은 NGO들이, 법률가 단체라던지 특히 세계변호사협회와 함께 책임(accountability)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결정에 관한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말레이시아 정부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