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가주석 취임 가능성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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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최고인민회의가 6일과 7일에 걸쳐 이틀간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먼저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에서 얼마나 중대한 행사인지부터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6일과 7일에 걸쳐 평양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곳으로 입법과 예산안 심의 등을 진행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내각의 올해 과제에 대한 의논이나 국가 예산 심의가 진행되기도 했고 '육아법'이나 '해외동포권익옹호법'도 제정됐습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고 지난번 대의원 선거는 2019년 3월에 열렸습니다. 대의원은 다 합쳐서 687명이고 조선노동당이 607명, 조선사회민주당이 50명 정도 됩니다. 과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최고지도자가 대의원이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이 스스로를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하나의 근거이지만, 이는 과거 여러 가지 사건들로 근거 없는 주장임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임기인 5년 지났음에도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2008년 8월에 대의원 선거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그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2009년 3월까지 선거가 연기됐습니다. 그 동안에는 북한에 법률적으로 입법부가 없는 그런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1994년에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8년 동안 선거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거는 1선거구에 한 명만 투표할 수 있는 방식인데 탈북자의 설명에 따르면, 선거 직전에 선거구 후보자의 이름과 경력이 표시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선거할 때 그 사람에게 투표 안 하겠다고 하면 투표지에 전부 표시를 해야 하므로 이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다 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요즘에는 투표율이 99.9%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1962년 선거에서는 투표율도 100% 찬성률도 100%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최고인민회에서 법률이나 예산을 채택할 때 반대표를 던졌다는 보도도 전혀 없어 이런 회의는 다 형식적인 기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최고인민회의는 대개 4월에 열렸지만, 지난해 1월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2월에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4월이 아닌 1, 2월에 개최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에서 과거에는 4월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2012년에도 4월 13일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 최고지도자 지위로 새로 만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취임한 바 있습니다. 4월에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던 배경으로는 4월 15일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이라서 국가적으로 경축 행사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4월이 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전국에서 모여서 회의에 참여하고 만수대언덕이나 김일성 주석이 탄생한 만경대를 방문하기도 하고 경축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4월에 국가 예산 심의도 했다는 말입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 회계 연도는 매년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라고 합니다. 이러면 북한은 3월까지 새 회계연도의 예산을 가결할 필요가 있는데 예산안을 다 4월에 가결했다는 말입니다. 이는 북한의 예산 심의가 전혀 현실적인 의미가 없는 정치적인 행사라고 평가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작년과 올해는 연도 내에 새로운 예산안도 가결했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로서는 좋은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고요. 다만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021년도 예산은 수입이 100.2% 지출은 99.9%로 집행됐다고 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국가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북한도 작년 김정은 총비서가 6월에 열린 회의에서 인민의 식량 사정이 긴장 상태라고 말한 바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최고인민회의의 의논이 현실적인 상황과 전혀 맞지 않고 의미없는 의논이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최고인민회의와 가장 깊게 관련된 내각 경제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결과적으로 형식적인 의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지도자가 요즘 최고인민회의에 참가하지도 않고 대의원도 하지 않는 이유도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최고인민회의에서 책임을 문책받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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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8일 밝혔다. /연합

<기자>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개인적으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 헌법이 개정될 건지 아닌지에 주목했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취임한 지 10주년입니다. 권력 승계 작업을 완성한 김정은 총비서가 독재자의 지위를 완성하기 위해서 올해 4월에 김일성 주석과 같은 지위인 국가 주석에 취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최고인민회의 결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북한 보도를 보면 헌법 개정은 의제에 올라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최고인민회의에 출석을 안 한 것 같고요. 아직 4월에 최고인민회의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일단 김정은 총비서가 4월에 국가 주석에 취임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요즘에 북한 둘러싼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최고인민회의에서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이 채택됐습니다. 이 법안이 제정된 배경과 제정됨으로써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북한 당국이 해외동포권익옹호법에 대해서 사전에 조선총련과 상의한 바는 없었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법률을 통과시키려고 하면 해외 동포가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은 그렇게 안 했다는 말입니다. 원래 북한은 해외에서 살고 있는 공민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응한 바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최고인민회의에 조선총련은 5개 의석을 가지고 있지만 재일 동포들은 북한 공민증을 발급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본국에 귀국하면 북한 공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북한에서 공민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재일교포들은 북한에 세금을 납부하거나 군대에 갈 의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대신에 북한 공민의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중국 동포나 러시아 동포는 예전에 북한 공민증을 가지고 있는 동포도 있다고 합니다. 재일교포는 그런 경우가 없고요. 이렇게 생각하면 북한은 해외 동포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 왔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이 법률을 채택했다는 것은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생각이 배경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해외 동포가 원하면 언제든지 공민증을 발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편 현재 북한 공민이 되고 싶다는 해외동포가 얼마나 있을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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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필기하고 있다. /연합

<기자>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모두 같은 방식으로 필기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정말 특이한 풍경이었는데요. 조선중앙TV를 보면 최고인민회의에 출석한 대의원들은 다 같이 같은 수첩에 일사불란하게 필기하고 있었습니다. 탈북한 조선노동당의 전 간부한테 듣기로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회의에서 필기했던 수첩을 출석자가 자기가 소속된 조직에 돌아가서 지시를 전달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필기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을 배포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필기할 필요는 없고요. 그래도 필기한다는 것 자체가 충성심의 표시기 때문에 필기를 안 하면 충성심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치안,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고지도자가 출석한 회의에 소지품을 가져갈 수 없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책상 위에 수첩이나 만년필이 준비됐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물자가 모자라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를 보면 수첩은 다 같은 걸 쓰고 있었던 것 같은데 볼펜은 자기들이 준비한 것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