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 가문 아니고 백두혈통?” 의아한 북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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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벌인 각종 정치행사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어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나온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의 질문에 “열병식에서 군인들이 외친 ‘백두혈통 결사보위’라는 문구가 김정일 생일을 맞아 진행된 기념보고대회, 기념강연회, 집중강습 등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16을 맞아 진행한 여러 행사와 모임에서 수령에게 충실한 인민군대처럼 주민들도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위해 한 몸 기꺼이 바쳐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되었다”며 “지금까지 ‘수령 결사옹위’라는 말은 있어도 ‘백두혈통 결사보위’라는 구호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김정은과 그 일가를 호위(경호)하는 호위사령부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후 인민군대에서도 내부적으로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강조했는데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전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혈통’이라는 말 자체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표현”이라며 “김정일 시기에는 수령 일가를 ‘만경대 가문’으로 칭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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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명성절 81주년' 맞아 종합공연 북한, '광명성절 81주년' 맞아 종합공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81주년을 맞아 성·중앙기관 예술소조종합공연이 지난 14일 동평양대극장과 청년중앙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3.2.1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2023-02-15 12:35:3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권오균/YNA)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81주년을 맞아 성·중앙기관 예술소조종합공연이 지난 14일 동평양대극장과 청년중앙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소식통은 이어서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이전에 전혀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이나 구호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노동당이 8000년 집권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나 이번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그런 실례(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며 “‘만경대 가문’과 ‘백두혈통’이 도대체 뭐가 다른 지 궁금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주민 소식통은 15일 “2.8절 열병식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공식 등장한 후 전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일 생일 기념 정치행사와 모임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가 수차 강조되었다”며 “주민들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수령 결사옹위’ 구호가 사라지고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가 새로 등장한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김일성과 같이 항일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당과 국가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온갖 부귀를 다 누리는 빨찌산(빨치산) 후손들을 가리켜 책에 없는 ‘백두산 줄기’ 라는 명칭을 붙여 불렀지만 ‘백두혈통’이라는 말은 책에도 없고 민간에서도 전혀 쓰지 않던 단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일성 때부터 사용해온 ‘만경대 가문’이 아니라 ‘백두혈통’을 새롭게 강조하는 데는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만경대 가문’ 하면 만경대가 고향인 김일성이 떠오르지만 ‘백두혈통’ 하면 백두산을 자기 고향이라고 한 김정일이 시작점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