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파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과의 회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폐막식 대표단장으로 보내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다시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 북한이 개막식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 미국이 원하면 북한 고위관리와 대화할 기회를 주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영철은 부위원장은 강경파이면서 동시에 남북 대화를 관장하는 인물입니다.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미국과의 실질적인 대화도 염두에 두고 김영철 부위원장을 보냈다는 게 고스 국장의 주장입니다.
고스 국장 :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명령을 받아야 하지만 남북한 문제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경험과 지식이 충분히 있는 인물입니다. 예를 들어 핵 동결 등을 논의한다고 하면 그는 적합한 위치에 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핵 문제에 있어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인센티브 즉 대가가 제공되면 핵 협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인지 의중을 잘 알고 신뢰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메신저 즉 의사전달자 역할을 했던 반면, 김 부위원장은 실제적 협상 능력을 가졌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폭침 주도 혐의 등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영철 부위원장을 이방카 고문이 만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미국은 앞서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압박’ 기조에 변함이 없고 북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책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김 부위원장은 남북한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를 갖고 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닝 연구원 : 회담 전에 세 가지 전제 조건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앞선 두 번의 경우처럼 재앙이 될 겁니다. 북한에 수 억 달러를 제공하고 많은 합의를 했지만 (실패 했던)…
매닝 연구원이 제시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세 가지 조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1991년 남북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에 관한 기본합의서 이행, 그리고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한 합의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미북 대표단의 회담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이방카 고문이 펜스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의제(talking points)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여정 제1부부장에 이어 김영철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허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맹국인 한국이 앞장서 대북제재를 완화한다면 미국이 ‘최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