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 생일 맞아 3년만에 도로화단 꽃 장식 지시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평양시민들이 도로 화단에 꽃 장식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평양시민들이 도로 화단에 꽃 장식을 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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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달 15일 태양절 (김일성 생일)을 맞아 북한 당국이 최근 전국 각지의 도로 화단에 꽃 장식을 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보천군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은 22일 “태양절을 맞아 도로 화단과 화분대를 비롯한 거리 곳곳에 꽃장식을 해 명절 분위기를 세울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전달되었다”며 “식량부족과 생활필수품 부족으로 인해 침울한 지방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은 1년 중 제일 큰 국가적 명절”이라며 “태양절이 되면 수도 평양과 도소재지 등 큰 도시들은 각종 선전화와 구호와 함께 꽃으로 울긋불긋 장식을 했지만 작은 농촌의 군 지역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의 지시가 하달된 후 군 당국이 도시경영부문 일꾼 회의를 열고 태양절 꽃장식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했다”며 결국 “도시 녹화사업을 담당한 군원림시설사업소가 가능한 생화를 많이 키우고 부족한 것은 지화(종이꽃)로 읍 중심부를 장식할 과제를 맡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군원림시설사업소가 자그마한 비닐박막 온실(비닐하우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온도 보장이 어려워 꽃을 많이 키우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명절 때 꽃바구니 증정 행사에 쓸 꽃을 준비하는 것이 고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꽃장식을 맡은 원림시설사업소가 생화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며 “종업원들이 산에 가서 해온 화목으로 온실 온도를 겨우 보장하고 있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해 생활이 괜찮은 종업원들에게 화분 5개씩 분배해 집에서 키우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청진시도 태양절에 도시를 장식할 꽃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청진에 도시녹화를 담당한 여러 기업소가 있다”며 “각 구역에 원림사업소가 있고 꽃만 전문으로 키우는 화초사업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시 화초사업소는 주민들 속에서 꽃에 대한 관심과 수요, 그리고 도시미화에 대한 당국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2012년경 새로 생겼다”며 “동시에 시내 여러 곳에 꽃 상점과 꽃 매대(꽃가게)들이 생겨나고 태양절을 맞아 중심거리에 있는 화분이나 화단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악성 전염병(코로나) 사태를 겪은 지난 3년간 명절이 되어도 꽃장식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중앙이 도로와 화단 등을 꽃으로 장식해 명절 분위기를 세울 데 대한 지시를 하달하면서 각 구역원림사업소와 시화초사업소가 꽃을 준비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4.15에 낼 수 있게 꽃을 빨리 키우려면 온실 내부 온도 보장이 관건”이라며 “지금 원림사업소와 화초사업소가 없는 돈을 들여 시장에서 땔나무를 구입해 온도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화목 구입에 든 돈을 위에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대부분의 주민들은 꽃을 감상하거나 꽃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태양절을 맞아 꽃장식으로 명절 분위기를 세울 데 대한 당국의 지시는 생활고로 인한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가셔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