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 태양절 행사 이례적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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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공화국의 시조이며 근간'이라고 말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 111주년을 맞아 준비한 행사를 일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엄동설한이나 깊은 밤도 가리지 않고 진행하던 국가 정치행사가 축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6일“민족최대의 명절인‘태양절’ 111주년 기념행사가 대부분 취소, 또는 축소되었다”면서“4월 15일에 태양절 경축행사가 없이‘태양절’을 맞이하기는 공화국이 창건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로 과거 36년간의 일제 식민지통치 시대를 끝장내고 나라를 해방시킨 민족의 태양, 조선인민의 생명의 은인으로 높이 칭송하는 의미에서 김정일시대에 제정된 민족최대의 명절이자 가장 성대히 기념하는 국가적인 경축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 들어 당국이 이 최대의 경축행사를 취소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태양절을 보내게 한 것입니다. 다만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김일성 태양동상과 모자이크판, 교시판에 하던 헌화는 그대로 진행되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번 태양절 행사는 원래 각 지방별 ‘충성의 노래’모임과 지역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분위기를 띄우는‘경축 무도회(군중무용)’단위별 체육경기, 길거리 가창행진 등이 마련되었다“면서”하지만 이 모든 행사가 중앙의 지시로 거의 취소되었다“고 소식통은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행사가 취소된 것은 비가 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하지만 눈이 내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맹추위속에도, 깊은 야밤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하던 국가행사가 취소된 것은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경축행사가 취소되자 대부분의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라면서“거리에 요란하게 장식했던 종이 공화국기도 다 내려지고 경축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던 광장은 한산한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비가 온다며 각 조직에서‘태양절’경축행사를 전부 취소했다”면서“다만 주민들은 아침에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대학의 외부 현관에서는 간단한 노래공연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태양절 경축행사가 취소되자 길에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거리는 썰렁했다”면서“며칠 전‘태양절 경축행사를 위해 여맹에서 동원돼 광장 바닥에 회칠로 그어 놓은 원형모양의 군중무용 선만 한산한 공간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기리는 경축행사가 대부분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부에서는 행사가 취소되고 휴식하게 된 것을 반기는가 하면 일부는 김일성 가문의 3대 세습의 기틀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김일성 주석의 111회 생일을 맞아 금수산기념궁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매체 어디에도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현 권력을 띄우기 위해 선대 수령에 대한 찬양분위기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