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30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것은 올해 처음인데, 우상화 작업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8일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3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최대 추모의 날인 7월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 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동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2주기 이후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2020년 처음으로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선대 추모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태양절’ 대신 ‘4월 명절’로 바꿔 부르며 처음으로 간부들까지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일성 추모 행사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관례대로 개최된 것입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는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의 일방적인 선대 지우기 행보가 자칫 내부 민심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전례에 따라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마키노 교수 :특히 추모행사이니까..북한은 아직 유교 사회라서 추모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2014년 20주년, 2019년 25주년 추모 행사 때도 중앙추모대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걸 안 하려고 했다고 하면 효도가 아니라는 식의 반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50대였던 사람들이 현재 80대고, 김일성 시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사람들에게 반발을 받으면 안 된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추모 행사에 참석한 간부들은 ‘김정은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섞어서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처음 공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 KPDC(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8일 RFA에 “최고지도자의 배지를 제작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서 순차적인 과정”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리정호 대표 : 김정일 때도 김일성이 죽은 다음에 김정일 초상화와 배지를 만들어져서, 나도 그걸 공식 발표하기 전에 착용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최고지도자의 초상화와 배지를 만들고 하는 거는 정권 내에서는 순차적인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는 “초기 몇 년은 김정은 배지가 성과를 낸 간부와 일 잘하는 사람 등에게 수여될 것”이라며 “김정은 배지를 달고 있으면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