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일성 주석을 지칭하는 '태양'. 지난 4월 북한 내부에서 태양절이라는 명칭을 금지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사망 30주년을 앞두고 태양 호칭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5일 북한 선전 매체 조선관광 홈페이지 첫 화면.
며칠 전과 달리 새로운 알림창이 먼저 뜹니다.
금수산 태양궁전을 배경으로 ‘영원한 주체의 태양’이라는 문구와 함께 ‘1994년부터 2024년’이라는 연도가 적혀있습니다.
1994년에 사망해 올해로 30주기를 맞이한 김일성 추모 문구로 보입니다.
지난 4월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 생일을 뜻하는 태양절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린 이후, 김일성 주석을 가리켜 태양이라고 칭하는 공식적인 문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조선중앙TV등 북한의 각종 매체들도 태양절이라는 말 대신 ‘4.15’ 또는 ‘4월의 명절’로 보도하면서, 북한 바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를 지우고 자신을 우상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여행사 고려투어는 “북한으로부터 태양절이라는 문구가 단계적으로 폐기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태양절’이라는 명칭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번에 걸쳐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 또 다시 김일성을 뜻하는 태양, 그것도 ‘영원한 주체의 태양’이라고 못박는 선전을 공개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 기성세대들은 김 위원장이 선대를 경시하려 했던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것을 깨닫고 다시 김일성에 대한 호칭을 수면 위로 꺼내는 중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김 위원장은 젊은 세대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의지하지 않고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따르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내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중요한 사람이 되려고 잠시 동안 노력하지만 기성세대의 불만을 눈치채고 할아버지인 김일성에 대해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 KPDC(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일성 주석의 생일 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배를 하지 않은 사실을 짚으며 선대 지우기가 결코 북한의 현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리정호 대표 :보니까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 죽은 금수산 기념궁전에 참배하러도 안 간단 말이에요. 이런 건 아주 건방진 태도에요. 세습 독재자처럼 보이지 않잖아요. 인민들의 선거에서 당선된 지도자도 아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썩어지면은 권력도 다 무너지게 돼 있단 말이에요.
올해 한번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0주기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태양절에는 간부들까지 참배를 하지 않아 선대 우상화 수위를 아래로 조절한다는 추측이 있었는데, 올해 참배 동향으로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