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치적 선전에 노병들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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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아 나이 많은 제대 군관 (장교)들을 동원해 김정일 치적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기업소 행정간부 소식통은 1일 "요즘엔 어디 가나 김정은 사망 10주년(주기)과 관련한 추모 분위기 조성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며 "단천에서는 제대 군관(전역한 장교)들로 구성된 '노병강연선전대'가 조직되어 김정일의 치적(업적)에 대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10주년을 맞으며 단천시에서 조직한 '김정일화 전시회', '사진 및 미술전시회', '추모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병강연선전대'가 각 공장, 기업소와 가두 인민반을 돌며 김정일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강연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래 이들 노병강연선전대는 각 공장 기업소를 돌며 5개년 계획의 첫해 결산을 위해 분투할 것을 독려하는 강연 활동을 해왔었다"며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손풍금을 치는 여성 제대 군관을 새로 망라해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와 시도 읊으며 김정일에 대한 업적선전대로 전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시당 선전부가 조직한 '노병강연선전대'는 군대에서 군관으로 복무하다가 제대한 50~60대의 남녀 노병 5명으로 구성돼있다"며 "시당위원회는 이들에게 일반주민들은 받지 못하는 배급을 전량 보장해주면서 체제선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노병강연선전대'가 한 달 배급을 다 받는다는 것을 아는 일부 제대 군관들은 이들을 부러워하는 눈치"라면서 "그러니 이들은 시당위원회가 시키는 대로 김정일 업적 선전과 체제 선전에 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여성 주민 소식통은 2일 "부령군에서도 제대 군관들로 무어진 '노병강연선전대'가 군내 기업소들을 돌며 강연과 예술을 배합한 체제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엊그제 읍 사무소 회의실에서 '노병강연선전대'가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김정일의 위대성과 업적을 찬양하는 짧은 강연도 진행했다"며 "여느 간부가 나와 강연할 때는 귀담아듣는 사람보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노병들이 훈장이 가득한 군복을 입고 나오니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이 간부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우대해야 할 대상인 제대 군관 노병들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앵무새처럼 말만 하는 강연이나 예술선전보다 추운 겨울에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땔감(석탄 혹은 화목)이나 식량을 조금이라도 공급해주는 것이 체제 선전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