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혐의 베트남 여성 부친 “곧 돌아올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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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즉 윁남 여성의 석방이 불발된 데 대해 딸이 곧 돌아올 것으로 믿었던 아버지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명백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관계에 의한 임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4일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가 아무런 처벌없이 석방돼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흐엉도 곧 석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석방 불발 소식을 전해 들은 흐엉의 아버지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온 가족과 친척들이 흐엉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대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 매우 슬프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흐엉이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인도네시아 여성 아이샤가 석방된 이후 베트남 경찰 당국이 자신들에게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흐엉을 변호해 온 히샴 테 포 테 변호사는 말레이시아 검찰이 불공정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 변호사는 말레이시아 검찰이 공소 취소를 거부한 데 대해 “사법 체계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처사”라면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명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흐엉은 아이샤가 석방돼 집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도 같은 처우를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결정이 법치 체계가 아닌 관련국들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적으로 내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남 살해 사건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용의자로 지목했던 북한인 4명을 아무런 조사나 처벌 없이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당시 북한이 억류했던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그 가족 9명을 데려왔던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의 진상 규명보다는 외교적 협상에 따라 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여성의 석방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치적 압박이 컸을 것이라면서 공산주의 독재국가인 베트남은 자국민을 송환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공산주의 독재 국가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민이 해외에서 문제에 빠지면 다른 국가보다 애를 그렇게 많이 쓰진 않아요. 그런 마인드(마음가짐) 있잖아요. 주민 한 명이 망신 당했다는 게 나라가 망신당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봐도 인도네시아인을 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윁남 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거예요.

한편 한국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 설명회에서 "흐엉이 즉시 석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흐엉이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재판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사건 발생 때부터 베트남 외교부와 관계 당국은 고위급 인사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흐엉이 공평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