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생활 어려움’ 인정은 자신감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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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인민들의 생활이 고단하다는 사실을 직접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데요, 김 위원장이 인민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한 배경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습니다. 보도에 김지수 기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연설 내용가운데 북한 경제와 민생 분야가 70% 이상으로 주를 이뤘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지상 과업은 인민생활을 하루 빨리 안정 향상시키는것”이라며 “아직 인민들의 소박한 생활상 요구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민생활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또 수도와 지방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이것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지방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한심한 상태에 있다”며 성찰을 이어갔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이 미진한 부분을 짚고 개혁과 발전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결속을 다졌지만, 열악한 내부 상황을 비교적 솔직히 인정한 건 드문 일입니다.

북한 전문가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선임국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 그래서 김정은이 한편으로는 투명성을 가지고 북한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세계에 대해 훨씬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이 올해를 현재 처한 경제난에서 빠져나오는 전환의 해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번 시정연설이 과거 다른 연설들과 비교했을 때 북한 내부 상황을 두고 자체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사정에 관한 구체적인 성찰은,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의 교역들이 개선되면서 지방 경제에 기본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본재나 소비재들이 어느 정도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 : 올해는 북한이 자신들이 자신감 있게 뭔가 경제 정책을 펼칠 만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이제 기대를 상당히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에 나온 시정연설의 내용이라든가 경제 관련 내용들은 상당히 희망에 차 있다. 오히려 지금 (북한 내부) 상황이 좋아졌다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내부 사정의 어려움을 인정한 데 대해 “북한은 신냉전 시대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에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를 원한다”며 “북한 내에 한류 문화나 서방권의 문화 정보가 들어온 것을 불식시키려는 노림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노 기자 : 저는 일단 북한이 자신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신냉전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에 더 이상 시장 경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 자신감 하에 자기들 마음대로 다시 질서나 경제 시스템을 세우겠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례적으로 솔직히 인정한 북한 당국이 어떤 처방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