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일 올해도 ‘조용’…“생년·출생지·가계 등 정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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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당 총비서의 생일이 올해도 큰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생년, 출생지, 가계 등 우상화와 관련해 정리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아 북한이 김 총비서의 생일 행사를 치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당 총비서의 생일과 관련한 북한 내 특별한 동향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에서도 김 총비서의 생일과 관련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김 총비서의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한 바가 없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집권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북한의 올해 신년 달력에는 여전히 1월 8일이 김 총비서의 생일로 표기돼 있지 않습니다. 지난 8일의 경우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공휴일로 지정됐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당 중앙’, ‘친애하는 동지’ 등의 호칭으로 불리기 시작하며 후계자로 지명된 1974년의 이듬해인 1975년, 그의 생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이후 1976년 들어서는 명절 공휴일로 지정됐고 1995년에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격상됐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이듬해에는 그의 생일이 ‘광명성절’로 제정됐습니다.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 역시 1962년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72년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격상된 뒤 사망 후인 1997년, ‘태양절’로 제정됐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생전에 자신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했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선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에) 김 총비서 생일이 공지돼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1월 8일을 공휴일이나 국가의 주요 명절로 지정하려면 김 총비서의 일대기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마무리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생년의 끝자리는 ‘2’로 맞춰왔는데,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총비서가 이를 맞출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재일교포 출신으로 정통성이 떨어지는 어머니의 우상화 작업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김 총비서의 출생지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이라는 지도자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김정은 총비서의 개인적인 일대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일을 명절이나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뒤로 밀려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김 책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선대 지도자들의 경우 그들의 이른바 혁명역사가 일정부분 공개된 상황에서 우상화가 시작된 뒤 제도적 리더십 구축이 진행됐다”며 “반면 김 총비서는 이런 일대기가 없으니 집권 이후 제도적인 부분부터 리더십을 구축하느라 선대와는 우상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우상화 방식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당시와는 달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당 내 각종 회의체를 제도화 및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우상화 방식을 바꿨다는 겁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에는 북한 주민들, 간부들도 김 총비서를 수령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대대적인 숙청을 하면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김일성이나 김정일처럼 대규모 국가 행사를 통해 충성을 끌어내는 그런 행사를 초기에 못했습니다. 그런 관성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봅니다.

다만 오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충성을 좀 더 끌어모을 필요성을 느끼면 그 방안 중 하나로 자신의 생일을 국가 명절로 지정하는 조치를 언제든 취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