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등장한 것은 자신의 핵 능력으로 미래 체제의 안보를 담보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9일 김정은이 딸과 함께 평양 순안공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의 발사 과정을 참관한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묘사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자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0년생, 2017년생 아들 둘과 2013년생 둘째 딸,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둘째 딸의 이름은 김주애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위층 탈북민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어린 자녀는 후대를 뜻하는 것”이라며 “핵이 북한 체제의 오늘과 미래를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또 “조금이라도 (ICBM 시험발사 준비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면 딸, 부인, 여동생 등 김정은 일가가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 역시 상당히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가족 동반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성과를 가족과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양 총장은 “가족 동반에는 국방과학 관료들을 격려하려는 의도, 체제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 등도 담겨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국방과학 분야 성과에 대한 치적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그러면서 국방과학 분야의 관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서 체제결속을 이끌겠다는 그러한 다목적인 의도가 모두 담긴 것으로 분석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리고 김정은의 자녀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는 김정은이 자신의 자녀들까지 챙기는 안정적인 체제이며 북한은 매우 정상적인 국가라는 것을 내부 주민들과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도발만 하는 것이 아니고 김정은 체제는 김정은이 자기 자녀들까지 챙기는 안정적인 체제라는 것을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또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그런 차원이라고 봐야 되겠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9일 ‘김정은 딸의 공개 의미’ 분석자료에서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 딸 사진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 국가핵전략무력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김정은 딸 공개가 후계자를 염두에 둔 행보인지 여부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렸습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김정일이 장남, 차남을 제치고 삼남 김정은을 이른 시기에 후계자로 선택한 것처럼 김정은도 자신과 가장 빼닮은 둘째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며 일단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정 센터장은 “이후에도 김정은이 중요한 현지지도에 그의 딸을 자주 동행시킨다면 그의 딸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아직 40세도 안 됐고 장기체제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 시작”이라며 “후계구도와 연계시키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양무진 총장은 “만약 딸이 후계구도와 연계되어 있다면 우상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상화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교수는 “딸의 동행은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대외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후계구도를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밖에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에 딸을 동행한 것은 북핵포기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