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포병부대 훈련지도 현장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평양을 비운 채 현지에서 장기 현지지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현지 지도했다는 13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
구체적인 훈련 장소는 밝히지 않았지만 훈련에 참여한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이 함경도 쪽에 주둔한다는 사실과 공개된 훈련 사진으로 미뤄 동부의 해안가에서 실시됐다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합동타격 훈련부터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실이 공개된 것을 감안하면 열흘 넘게 평양을 비운 채 동부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북한의 관영매체는 지난 2일과 9일에도 원산과 함경남도 선덕에서 김 위원장이 현지 훈련지도를 했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평양 바깥에서 열흘 넘게 장기 체류하며 현지지도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2월부터 길게는 5월까지 군부대 시찰이나 현지 훈련지도를 해 오기는 했지만 10일 넘게 특정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참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시기에 훈련지도를 관례적으로 해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연속으로 특정 지역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홍 실장은 북한 측 보도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으로 공개된 인물들의 면면에도 주목했습니다.
이날 언급된 김수길 총정치국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김정관 인민무력상은 모두 군의 고위 인사들로 일반적으로 김 위원장 현지지도에 함께 수행해 온 당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의 현지 훈련지도가 지난달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농업부장 해임 직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당 내부에 모종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홍 실장은 또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때문에 평양에서 피신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과 관련해 북한 동부에도 원산이나 함흥 등 큰 도시가 많아 평양보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 배경 파악을 위한 예의 주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 위원장이 장기간 평양을 비워둔 채 군사훈련만 현지지도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보통 여름철에 동해안 특각에 머무르며 군사훈련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지지도를 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엔 군사훈련 지도 외에 다른 일정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경제시찰이 전무하다며 이는 단순히 신형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현지 주민으로부터 여러 가지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경제시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최근 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동원한 훈련 현장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국, 한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고 지난해부터 해오고 있는 신형 무기 시험을 계속하며 한반도 상공을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재래식 전력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히 구축해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인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주한미군에도 확실한 위협요소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이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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