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에 이어 사회주의 국가들에 구두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한미일 동맹에 맞서 나름의 국제연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4일 김정은 총비서가 쿠바·베트남(윁남)·라오스 최고 지도자에게 구두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총리에게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내용을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에게 줄줄이 구두친서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사회주의 국가들에 친서를 보낸 것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및 다른 동맹국들과 대북정책에 대한 조율(coordination)을 강화하자 "김정은식으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세 국가와 중국에 친서를 보낸 것은 북한 역시 동맹국과 다른 옵션, 즉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23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관계 강화 내용을 담은 구두친서를 주고 받은 바 있습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구두친서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은 전략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에서도 알 수 있듯, 북한은 중국과 다른 사회주의, 공산주의 협력국 쪽으로 더 확고하게 돌아서 서방 국가들과의 외교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바이든 행정부에 알리고 있습니다. (North Korea is starting a strategic messaging campaign, I think you can also see this would be the short-range missile tests of the weekend, to really let the Biden administration know that they are turning in a different direction, they are turning more firmly toward the socialist camp with China and traditional socialist, communist partners and away from diplomacy with the west.)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의 영향으로 해외 인사들이 당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두친서의 방식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미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김정은 총비서가 입장이 같은(like-minded) 국가들을 모아, 형식적인 국제 연대와 이 국가들의 대북지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합은 미국 등 자유세계가 옹호하는 이상에 반대되는 가치를 대표한다며, 이는 북한이 다른 국가 모델, 즉 다른 본보기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행보는 북한이 이전과 다를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미국도 관심을 끌기 위한 북한의 분투에 동요되면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올리비아 쉬버(Olivia Schieber) 외교 및 국방 정책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고려할 때 북한이 쿠바, 베트남, 라오스, 중국 등과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시진핑 주석에 보낸 구두친서에서 적대세력의 도전에 대응해 북중 단결을 강화하자고 밝힌 점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한∙미∙일' 동맹과 미국의 공세에 맞서는 '북·중·러'의 대결구도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아니면 그들'의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The United States won't force our allies into an 'us-or-them' choice with China)"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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