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3차 미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자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3차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친서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그는 북한과의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넘어서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만큼,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북한이 지난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려는 구체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 북한의 (대미) 관여 의지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 즉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실무협상입니다. (While the North's willingness to engage is a good sign, what we need to see now are serious working-level talks to try to define the roadmap for what the North and Americans are going to do to implement the promise of the Singapore declaration.)
그는 이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채 3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위신(prestige)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은 비밀친서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인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이어 비밀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재확인한다며, 김 위원장은 여전히 대미 외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모종의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3차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려면 미국에 유리한 협상결과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 :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종의 좋은 합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라는 외교적 승리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안겨주길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I don't think President Trump or the United States would want to provide Kim Jong Un with this sort of diplomatic victory of U.S. President going to Pyongyang unless they assure that there would be some sort of agreement that would be good for President Trump.)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외교적 승리를 강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3차 정상회담을 위한 평양 방문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Mark Fitzpatrick) 전 국무부 비확산 부차관보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무협상을 미루고 있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계속 보내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북한이 정상 간 소통을 더 중요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을 통해 협상하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야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