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김정은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핵무기 찬성 비율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북한 시민들의 체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국문화 접촉 여부였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북한에서 젊을수록 김정은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이날 주최한 ‘북한이탈주민 조사사업 10년 분석 결과’ 발표회에서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는 “연령은 김정은 지지도에 의미 있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김정은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연령이 높은 세대일수록 김정은 지지도가 낮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교수는 특히 “김정은 키즈로 불리는 20대 연령층에서 김정은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고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밝혔고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30대도 체제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교수는 또 젊은 세대일수록 핵무기 보유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김정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고 핵무기 보유에 대한 반대 입장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김 부교수는 “사회 경험과 관계의 폭이 넓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정치적 비판의식을 형성해나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교수는 한국문화 접촉 경험 여부가 김정은 지지도 등 체제에 대한 북한 시민들의 의식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교수는 한국문화 접촉 경험이 많을수록 북한 시민들의 김정은 지지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이 반동문화사상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 :젊은 사람들일수록 사상 의식이 강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나이가 먹을수록 사상 의식이 약화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화접촉 변수가 굉장히 강력했다는 것입니다. 체제의식 변화에 (문화접촉 변수가)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교수는 북한에 살고 있을 때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냐는 질문과 관련해 ‘매우 필요하다’는 탈북민들의 응답은 2010~2019년 평균 91.4%를 기록했다며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가 한국 주민들보다 상당히 높다고 밝혔습니다.
김 조교수는 통일의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이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010년대 평균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조교수는 다만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2016년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특히 20대가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을 한다면 어떤 체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체제로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2014년 48.6%를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30%만이 한국 체제로 통일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어떤 체제든 상관없다는 응답은 2019년 기준 34.6%로 가장 높았으며 북한 체제로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6년 11.9%를 기록한 이후 2019년 3.6%까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교수 :북한 주민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통일의 필요성이나 통일이 가져올 이익이나 통일로 인해서 개선될 사회 문제 등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원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을 협력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장사 경험이 있을수록 조선노동당 당원일수록 한국을 적대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송 조교수는 또 “한국문화 접촉 경험은 한국을 더 협력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적대대상으로 덜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원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조교 :압도적인 다수는 한국을 협력대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적대대상이라고 하는 응답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가 2018년 이후로 좀 꺾이는 추세입니다. 한국문화 접촉 경험은 한국을 더욱 협력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덜 적대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김정은 집권 기간 동안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가 개선됐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이 강냉이라는 응답이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1~2014년 22%를 기록하다가 후기인 2018~2020년에 이르러 5.5%로 줄어들었고 고기를 거의 매일 섭취했다는 응답도 초기 8.7%에서 후기 11.3%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계절마다 1~2벌의 옷을 구입했다’는 비율 역시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38.8%에 머물다가 후기에는 51.5%를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의 의식주 생활에 미친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북한 주민들의 통일의식을 조사해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민에게 ‘북한에 살고 있을 때’ 가졌던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묻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1,242명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그동안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추세 분석, 변수 간 상관관계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