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자신의 영문 직함을 주석 혹은 대통령을 뜻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꾼 것은 그가 지난 수 년간 매우 서서히 추진해 온 북한 정치제도 개혁의 일환이라고 미국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총비서의 영문 직함 '프레지던트'는 지도자를 '프레지던트'로 부르는 다수의 국가들처럼 북한도 정상국가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이 정상국가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진정한 경제 발전의 기적을 실현하려면 외부 세계와 교류하는 한편 그 변화를 내부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KJU is taking a bet that in fact he can make this happen, that North Korea can operate as a normalized state. He realizes that to get the true economic miracle that they are looking for; one, they may need to interact with the outside world, two, the internal dynamics will be able to manage that.)
김정은 총비서는 대북 경제제재 완화가 이뤄지고 북한에 어느 정도의 경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대비해 지난 수 년간 매우 서서히 정치체제의 개혁을 시도해 왔는데 이번 영문 호칭 변화도 이 같은 맥락의 일환이라고 고스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김 총비서가 대외 직함의 영어 명칭을 의장이나 위원장을 뜻하는 체어맨(Chairman)에서 주석 혹은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프레지던트로 바꾼 것은 북한이 정부조직의 명칭을 인민무력성에서 국방성으로 변경하고, 당 대회나 당 전원회의 등을 정례화시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한 발은 전체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제재완화와 외부 투자 유치 등 대외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 내각에 권한을 주고 각 부서들에 일정부분 결정권을 주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러한 제도에서 부패의 고리에 연결돼 있는 북한 지도부들도 시간을 갖고 법과 규율에 따른 정치구조 변화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시도라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호주국립대학(ANU)의 레오니드 페트로프 박사는 김 총비서의 영문호칭 변경이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I think it's just an attempt to imitate changes without really changing anything.)
어린이들에 둘러 싸여 있던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호칭이고, 인민무력성보다는 국방성이 한국이나 일본 등이 사용하는 명칭을 상기시키지만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와 정권 안정에만 몰입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기만 해도 적발되면 기존 최대 징역5년에서 징역 15년형으로 강화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At the same time, imprisonment for watching SK videos in NK has increased from 5 years to 15 years.)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북한 전문가도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총비서는 어릴 때 스위스에서 받은 교육이나 해외 여행 등을 통해 북한이 여러 면에서 이상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았기 때문에 정상국가처럼 보이려는 노력을 해 온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8차 당대회에서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적 지위를 상승시키지 않은 것도 비상식적인 승진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한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은 김 총비서가 직책 명칭을 변경하고 코로나19상황에서도 당 대회, 당 전원회의 등 잇달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핵을 보유한 채 정상국가를 표방하면서 대외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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