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향후 중대한 국내외 정책 변화 가운데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북한 내부 정치역학 관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지도부 연구 전문가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부의 정치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스 선임국장은 대표직인 예로 리만건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지난 2월에 부정부패 혐의로 공개 해임되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부상한 사례를 꼽았습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권력구조에서 이른바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실현하는 핵심기구로 북한 내 모든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과 검열권 그리고 보고권이 집중된 최고 권력기구입니다.
과거 북한 김일성 주석은 조직지도부장에 자신의 친동생인 김영주와 아들인 김정일 등 이른바 '백두혈통'의 후계자만을 임명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후에도 자신이 조직지도부장을 겸직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10월 '백두혈통'이 아닌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에 임명했었고 2019년에는 리만권 당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조직지도부장으로 임명해 북한 정치구조에서 매우 예외적인 조치를 했다는 것이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고스 국장은 지난 2월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된 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 담화를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등 사실상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하면서 김 씨 일가가 핵심 권력기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 김정은 위원장이 김 씨 일가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외부인들에게 나눠줬던 권력을 다시 회수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이 대남 성명을 발표하고 당내 지시문을 하달하는 등 위상이 올라간 것이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그는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의 구호가 노동당에서 김정은 위원장 중심으로 바뀐 것을 또 다른 예로 들었습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19일 인터넷사회관계망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북한 노동신문 1면 상단 신문 이름 우측에 있는 구호가 3년여 만에 변경됐다고 소개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당의 령도따라 내 나라, 내 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해 힘차게 일해나가자"였는데 당시부터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따라 이 땅우에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우자"로 바뀐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지금까지 노동당이 북한 정권의 중심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제는 당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국회입법조사처는 31일 코로나19와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돼 내부 불만이 커진다면 권력 2인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발간한 '최룡해의 정치적 위상 변화의 함의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 이같이 밝히고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해임, 김여정의 권한 강화는 최룡해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거세게 제기되면 최룡해는 북한 경제난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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