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반 안정 김정은, 향후 통치 방식에 변화 보일 가능성”

0:00 / 0:00

앵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권좌에 올라 올해로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통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한국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지난 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촉발되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2년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계기로 그의 시신을 참배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김 주석의 시신을 참배하는 것은 '백두혈통'이라는 정통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 내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방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같은 관측은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의 권력기반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13일 '2020 북한 주요 인물정보'와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 자료집을 펴내면서 김 위원장의 친정체제가 공고화됐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력이 탄탄했던 김정일 위원장은 매번 김 주석의 시신을 참배할 필요가 없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정통성 확보차원에서 김 주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그동안 참배해왔던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0년차이기 때문에 권력기반이 안정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안정됐기 때문에 선대 지도자의 시신 참배를 매번 지속할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횟수를 집권 초부터 최근까지 비교해보면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동향'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듬해인 2012년 모두 11차례에 걸쳐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했습니다. 2013년에는 10차례, 2014년에는 7차례, 2015년에는 8차례를 방문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모두 다섯차례씩 방문했습니다. 2019년에는 6차례에 걸쳐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사망일에는 반드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해왔는데 지난 2018년에는 김일성 주석 사망일 즈음 시신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를 참배해야 하는 시점에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지난달 사례까지 포함하면 두 차례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의 생일, 기일 등에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는 횟수가 잦아질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 체제의 유일지도체제가 완성됐고 또 강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통치 행위에도 일정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미북 비핵화 회담의 결렬,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상황에 대한 대응, 집권 10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의 피로감 등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기존 통치 방식에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자신의 동정, 동선 등을 빠르게 공개해왔고 이런 경향이 당연하게 여겨져왔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이 같은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한국 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주문하며 "손쉽게 관광지를 내주고 득을 보려했던 선임자들의 잘못"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를 넘어서려고 하는 모습이 모든 국정을 수행할 때 드러납니다. 영부인을 대동한다든지, 선군정책 폐기와 당 우선주의 정책, 김정일 위원장이 임명한 간부들의 조기 숙청, 장석택이나 리영호 등 후견인 숙청 등은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원인을 신형 코로나의 확산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변 문제가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지난달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김 위원장 측근들의 신형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제기하며 "지난달 11일 정치국 회의 이후 김 위원장의 측근이나 경호 인력들의 신형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