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행사 의례곡 김정은 칭송곡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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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국가 행사나 공식 모임에서 시작과 마지막에 부르던 행사 의례곡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각급(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부터 새 의례곡을 불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는 국가행사 의례곡이 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수령님의 만수무강 축원합니다’를 불렀고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 장군의 노래’와 ‘대를 이어 충성을 다하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3대 세습 시대가 열리고도 10년 넘게 불리던 선대 수령들의 노래가 최근 김정은 관련 노래로 바뀌었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이번 선거(유권자회의)를 계기로 행사곡을 바꾸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김일성과 김정일 관련한 의례곡을 김정은우상화 노래로 바꾸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정은찬가 원악보_original songNote.png
김정은 찬가 악보

그는 “2011년 부친(김정일)의 사망으로 3대세습의 권좌에 오른 27살의 김정은은 집권 10년이 지나도 선대의 노래들로 행사를 치러왔다”면서 “정치기반이 없는 그(김정은)는 선대 수령들을 찬양하며 후계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이번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11/4)를 시작으로 행사 의례곡을 전부 바꾸라는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지시가 각 기관, 기업소, 사회단체, 학교와 인민반들에 내려왔다”면서 “이후로 모든 국가행사에 새 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새 의례곡은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김정은 장군 찬가' (노래 듣기) 를, 마감에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를 부르게 돼있다"면서 "이달 대의원 선거 유권자회의에서도 의례곡 선창대를 조직하고 주민들이 따라 부르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장군 찬가’는 2015년 7월 27일(전승절) 조선인민군공훈국가합창단 공연에서,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는 2012년 공연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었으나 공식 행사의 의례곡으로 지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 사망 3년 후부터 김정일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생전에는 김일성, 김정일 노래를 같이 불렀는데 김일성 사망 후 3년 상을 치르기 전에는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하면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함께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망 3년 후 김정일은 모든 행사곡을 자신의 노래로 바꿔 부르게 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이달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 아침 선서모임이나 공장, 기업소 별 연간 총화모임, 기념일, 정치명절 관련 행사와 같은 국가적 행사에서 부르는 의례곡이 새로 바뀌었다”면서 “선대 수령과 관련한 노래를 김정은의 노래로 바꾸라는 중앙의 지시가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여기(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집권하여 3대세습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으나 선대 수령에 대한 노래로 행사를 진행하곤 했다”면서 “그런데 당에서 전국에 이제부터 원수님(김정은)의 노래로 행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행사곡이 바뀌자 주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습 지도자여서 예상한 절차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극심한 식량난을 초래한 그(김정은)를 목숨 바쳐 사수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부에서는 새 의례곡에 대한 당의 지시에 순응하는 것 같지만 불만이 적지 않다”면서 “강제로 주민들에게 ‘강대한 조선의 기상’이니, ‘눈부신 세기의 태양’(김정은 장군 찬가 가사)이라며 찬양하게 한 우상화 작업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3대 세습으로 인해 김정은이 집권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보다 더 극심한 생활난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그를 찬양하고 목숨으로 사수하라고 하니 억장이 무너질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10년 중반에 서울에 정착한 한 고위 탈북민(북한 내 가족의 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제는 김정은 총비서도 김일성, 김정일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위 탈북민 :"김정은이도 올라앉은(집권한)지 10년이 넘었으니까 언제적 김일성, 김정일을 자꾸 우려먹을 수 없고 그것(김일성, 김정일 관련)은 혁명전통으로, 혁명사상의 근원점으로 놔두고 현재는 받들어야 할 실체가 김정은이니까 그의 위상을 높여주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당 선전부가) 김정은의 위대성을 띄우고 군대나 사회(인민들)에서 충실성 교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탈북민은 북한 주민들이 큰 거부감 없이 이런 당국의 지시를 그대로 순응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고위 탈북민 :사회나 주민들의 측면에서는 눈 떠서(태어나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세뇌교육을 받으니까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속으로는 '우리가 이렇게 못사는 데 국가는 뭘 하고, 원수님은 뭘 하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당에서 하라는 대로 받들어야 하는 것이 기형적으로 굳어진 하나의 의식이지요, 의견도 있고 불만도 있어서 (김정은) 욕을 하다가도 또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 머리에 굳어진 인식으로 인해 싫어도 받아들여야 된다는 의식이 형성되어 있어요.

또 2010년 중반에 탈북한 또 다른 고위 탈북민(북한 내 가족의 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은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에“김정은의 노래를 행사 의례곡으로 정한 것은 세습지도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김일성과 김정일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김정은만이 위대한 지도자임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한편, 소식통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찬가는 각각 제목, 가사 뿐 아니라 음과 박자가 다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