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스펙터클’한 선전영상 확대…내용은 더욱 경직”

0:00 / 0:00

앵커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당국의 선전영상 형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반면 내용의 경직성은 심화됐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17일 주최한 ‘TV로 본 북한사회: 위기와 대응’ 월례토론회.

김현경 MBC 통일방송연구소장은 이날 행사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당국이 국가 자산을 동원해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는 영상(스펙터클 콘텐츠; spectacle contents)을 확대하고 영상 제작 기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열병식, 기념공연 등 국가 주도의 대형 행사에 영상 제작 역량을 집중하면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심리적 몰입감과 일체감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항일 빨치산 회상기, 한겨울 백두산 참관 등 선전영상 내용의 경직성은 심화됐다고 평가하며 가시적인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 당국의 사상전은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현경 MBC 통일방송연구소장:형식적으로는 화려하고 참신하고 '이게 북한 맞아? 뭔가 변하는 것 같은데?'라는 인상을 주지만 그 내용은 경직되고 매우 교조적인 고순도의 사상전이라는 겁니다…(북한 당국이) 가시적인 실적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사상의 힘과 사상전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주민 동의를 얻어내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에 더해 김정은 시대에 신규 드라마와 영화 제작 편수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비해 급감했다고 말하며 이는 선전 부문에서의 의사 결정이 엄격해지고 제작 검열 과정이 경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방송기술의 발달로 적은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방송 제작이 가능해졌다며 북한 당국이 앞으로도 한정된 자원으로 체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텔레비전 영상을 선전선동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전영선 건국대학교 교수도 북한 관영매체의 방송을 보면 사용된 기술은 첨단인데 내용은 옛날로 돌아간 것이 확연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 영화가 지난 2016년 이후로는 한 편도 제작되지 않았다며 예술 영화와 기록 영화가 가지고 있었던 교양 사업의 기능을 당에서 제작하는 영상물이 담당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교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영화는 만들어졌고 필요하면 보급하면 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이라든가 허례라든가 이런 것들은 다 뺐습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주요 기능들은 초급 당 사업으로 가져오면서 현실에 맞는, 영상 편집물을 활용하거나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선전할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에서 유입된 영상에 익숙해짐에 따라 기존 선전영상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지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주민들이) 해외에서 유입된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북한에서 만들어진 영상에 대한 수용적 감응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북한이 선전 선동을 위해서 혹은 사상 교양을 위해서 만들었던 수많은 영상이 사실은 무용지물이 된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선전영상 제작 기법의 세계화를 뒤늦게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의 선전 영화나 드라마보다 짧고 압축적이면서도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