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G-20, 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상응조치’를 언급하면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과 이후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양국이 ‘포괄적 상응조치’를 제공할 것이며,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답방하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만은 아니다”라며 한미 군사훈련 축소, 인도적 지원 등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빗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대북제재의 해제도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진정한 조치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동의합니다. 제가 희망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눈을 보면서 '미국과 진지하게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것'이란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한 김 위원장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포괄적인 상응조치’로 직접적인 대북제재 해제 대신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남북간 경제 협력과 이에 필요한 부분적인 제재 면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서울 답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제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와 같이 기대할 만한 성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간 세 차례나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북간 비핵화 논의가 제자리 걸음인 상태에서 서울에서 열리는 또 다른 회담이 변화를 가져올 지 미지수라는게 스나이더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 :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북 협상 진전의 모멘텀, 즉 추동력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난 평양 회담(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후 미북간 협상 진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지 않습니다.
스타이더 연구원은 그러면서 서울 답방 시기를 연내로 고정시키는 것보다는 남북, 미북간 적절한 환경(right environment)이 조성됐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