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경희의 재등장은 올해 대북 제재 지속으로 북한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 씨 일가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 최고 권력층인 김 씨 일가의 단합을 보여주는 것은 중간간부 계층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입니다.
대미 협상을 통해 제재완화를 얻어내지 못해 불만이 큰 북한 중간 간부층을 겨냥해 이들에게 친숙한 김경희 같은 인물을 재등장시켜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앉게 하면서 최고 권력층에 대한 안정감을 주는 한편 김 위원장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큰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제재완화를 얻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 김 위원장이 내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이른바 '백두혈통'을 대표하는 김경희를 재등장시켜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북한 내부의 압박을 무마하려는 것이라는 게 멕스웰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해서 북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특히,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대로 상황이 진전되지 않았고 북한 경제는 대북제재로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곤란한 처지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경희의 재등장은 북한 내부의 반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김경희는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북한 삼지연 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는데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2013년 9월 9일 이후 6년여 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