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재등장, 김정은 입지 강화 위한 상징적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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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데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8일 최근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다시 등장한 김경희 북한 노동당 전 비서에 대해 추가적인 직책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가 지난 25일 ‘설 명절 기념공연’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경희는 지난 2013년 9월을 마지막으로 같은 해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번 설 기념 공연에서 6년 4개월 만에 재등장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경희의 재등장이 상징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내에서 대대적인 인적 교체가 있었고 특히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적 정비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심의 통치체제를 확립하고 그에 따른 인적 쇄신을 통해 광범위하게 자신만의 권력질서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김경희가 과거와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과 당 중심의 통치체제, 그리고 그에 따른 인적교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자신만의 권력질서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김경희가 과거와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이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위 실질적인 권력 행사라는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대내 입지를 강화하는 상징적 측면에선 활용 가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으로선 당과 군의 지도부 뿐 아니라 이른바 ‘백두혈통’인 친인척들의 공개적인 지지가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홍 실장은 또 장성택 처형 이후 고모부를 잔인하게 처단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도 김 위원장에게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장기전인 ‘정면돌파전’을 앞둔 불안한 상황에서 김경희를 내세워 대내결속을 꾀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고령인데다 오랫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김경희가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경희가 잠적했던 배경과 관련해 홍 실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문제보다는 장성택 처형 이후 아내인 김경희가 대외활동을 하는 모습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부담이 됐을 거라며 그 때문에 김경희를 중앙 정치무대에서 배제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경희의 공개 활동 장기 중단이 건강 문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경희가 이번 재등장 이전 마지막 공개 활동 시기인 지난 2013년을 전후해 신부전증과 고혈압, 뇌종양과 발가락 문제 등으로 계속 수술과 치료를 받아 왔다는 겁니다.

정 센터장은 김경희의 건강상태가 한때는 매우 위중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정 센터장 역시 지난 2010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32명 중 아직도 남아있는 인물은 최룡해 한 명 뿐이라며 김경희가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행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경희를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시킨 건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 이후 김정은 일가와 관련된 불화와 갈등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백두혈통의 결속과 화합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대미 ‘정면돌파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경희의 재등장은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체제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상징적인 조치였을 거라며 앞으로도 공식석상에서 종종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내부결속을 꾀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홍민 실장은 지난 22일 북한 관영매체가 신임 인민무력상에 김정관 대장이 임명된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파격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실장은 김정관이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박정천 총참모장과 함께 북한 군 내에서 삼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안정적으로 군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