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전 반미행사 안한 게 미북대화 용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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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이 되는 25일, 과거와 달리 반미행사를 열지 않은 것은 북한이 여전히 미북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이 무리라는 엇갈린 시각도 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는 25일 북한 당국이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에 벌여온 연례 반미 군중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6월 25일이면 한국전쟁이 미 제국주의의 침략이라며 미국을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행사를 매년 가져왔는 데 지난 2018년 첫번째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 중단해 오다 올해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미국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 (반미행사 중단은) 협상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이 직접 혹은 간접으로 밝혀온 사전조건을 들어준다면 협상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미국에 알려준 것입니다.

그 사전 조건은 대북제재 완화라며 미국이 제재완화를 협상재개의 대가로 내놓는다면 북한은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게 고스 국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워싱턴 내부 정치와 여론에 압박을 받는 전통적인(conventional) 미국 정부이기 때문에 민주, 공화당 모두가 반대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북한과의 협상재개를 위해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도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이번에도 한국전 발발 기념일에 반미군중행사를 하지 않고 북한 관영매체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삼가한 것은 미북대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으로 활동한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고위관리들이 미국과 대화재개를 노골적으로 거부한 것은 오히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재개 기회를 여전히 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관여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 북한은 공개적으로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힐 필요가 없다면서 이를 볼 때 북한이 미국 측에 말하고 싶은 것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한국전쟁 발발기념일에 반미군중행사를 중단했다고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반미 군중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나 자금 부족 등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대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힌 것을 현재로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재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4년 동안 반미군중행사가 중단됐었지만 미북 간 대화나 관계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미행사 중단을 북한이 미국과 대화의사가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