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영웅’ 등 미 참전용사·가족 58명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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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장진호 전투를 포함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과 그 가족들이 오는 26일 한국을 찾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보훈처는 오는 26일 미국과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방한한다고 밝혔습니다.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방한에 미국에서는 참전용사 23명을 포함한 58명의 방문단이 참여합니다.

최정식 한국 국가보훈처 홍보팀장 :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가 주관하는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행사'에 참석해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미국 방한단에는 미군 전쟁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88살 헨리 쉐이퍼 씨도 포함됐습니다.

쉐이퍼 씨는 “항상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는 방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장진호 전투는 지난 1950년 겨울 미 제1해병사단 1만 5천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 명의 포위망을 뚫고 함흥지역으로 철수한 작전으로 당시 미 해병 4천500여 명이 전사했습니다.

1948년 미 해병대 예비군에 입대한 쉐이퍼 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북한군을 38선 위쪽으로 밀어내는 전투에 참여했고 “당시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국 국가보훈처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함경남도 장진군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된 미군은 철수를 결정했고 쉐이퍼 씨는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총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13차례 수술 끝에 결국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어려움을 딛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34년 간의 성공적인 교직 생활을 마친 쉐이퍼 씨.

오는 10월 88번째 생일을 앞둔 쉐이퍼 씨는 한국을 방문해 지난 1950년 9월부터 넉 달에 걸친 참전 기간을 되돌아볼 예정입니다.

1950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한국전쟁에 참전한 밀튼 워커 씨도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89살인 워커 씨는 한국 국가보훈처에 밝힌 소감에서 20만 명 가까운 중공군에게 포위됐을 당시 중공군이 공격하기 전 불어댄 소름끼치는 호루라기와 나팔 소리를 생생하게 떠올렸습니다.

영하 40도의 극한 추위에 강풍이 불고 눈까지 내렸지만 중공군이 진지 남쪽에 있던 다리를 파괴해 돌아갈 길이 막막했던 상황.

밀튼 씨가 속한 부대는 병력 70% 가까이를 잃고서야 겨우 후퇴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950년 겨울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으로 미군과 한국 군이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피난민을 배에 태우고 철수한 이른바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한 용사도 한국을 찾았습니다.

입대 당시 17살이었다는 86살 웨인 스트렁크 씨.

1950년 11월 흥남철수작전에 투입됐던 스트렁크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어렸고 많은 세월이 흘러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수많은 피난민의 모습과 혹독했던 추위는 지금도 생생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미국 참전용사들의 가족도 함께 한국을 찾습니다.

미 제7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던 고 레이몬드 크리스먼 상병의 유족 샐리 슈켈 씨는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게 된 바탕에 참전용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오는 27일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28일에는 비무장지대(DMZ)와 임진각의 안보 현장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30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는 시간을 가진 뒤 한국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하는 감사만찬에서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습니다.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가족들도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들은 오는 27일 경기도의 터키군 참전기념비 등을 방문한 뒤 위로 오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30일에는 미군 참전용사들과 함께 감사만찬에 참석해 메달을 수여받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방한은 지난 1975년 민간단체 주관으로 시작된 뒤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 사업을 계기로 한국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면서 공식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3만 3천여 명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한국 국가보훈처는 지난 7월에도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17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와 가족, 참전용사 유족 등 120여 명을 한국에 초청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