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올해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정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올해 세 번째입니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담화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편지 내용을 공개하는 담화를 낸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동안 잠행하며 건강이상설까지 제기되던 당시에는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담화 발표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북한 지도부 내 입지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외 활동을 줄인 가운데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김정은 위원장 잠행시 이른바 '후계자론'까지 제기됐던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을 낮추는 작업이 진행됐겠지만 그 이후에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중요 담화를 발표한 것은 상징적이라는 것입니다.
담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물로 삼고 있는 개성공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언급함으로써 실제적인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나서도록 압박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점을 언급하며 대북전단 문제가 한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남북 간의 법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번 담화 발표에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 강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현재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담화 내용을 보면 사실상 남북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제도적으로 부여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임 교수는 이번 담화가 단순히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 아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쌓여 온 남북관계 정체 상황에 대한 북한 측의 불만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계기로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한 담화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 교수는 이번 담화는 남북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해 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라며, 만약 북한이 남북관계를 단절하고자 했다면 굳이 이 같은 경고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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