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4일 발표한 대북전단 비난 담화는 한국 내 남남 갈등과 한미 관계 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가 진단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전단 살포 중단 요구를 통한 한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은 예측된 수순(entirely predictable)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은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전략적 측면에서 한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 다시 협상에 나서기 전까지는 한국을 멀리하려는 것이 북한의 전략적 입장입니다. (It's part of NK's strategic position to push away from SK until NK is able to re-engage with the United States.)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날 발표한 담화는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 한국과의 경제협력 등 교류가 무의미하다는 북한의 입장을 드러낸다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따라서 향후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제외한 각종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달 말 한국 내 탈북 인권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등의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진보적인 한국 문재인 행정부가 즉시 전단 살포 금지 관련 법률 검토를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도 북한이 이미 예측한 행보일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 전개가 진보성향 한국 정부와 대북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미국 의회 등과의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북한이 기대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대북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말 미국 언론에 중국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대변인 담화로 중국 입장을 두둔하며 발끈한 것도, 미국에 대한 불만 표출용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그러나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추가 경제 지원을 노리고 천안문사태 31주년을 맞은 이날 중국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In taking China's side at the time of the Tiananmen anniversary, Pyongyang is hoping to score points with Beijing, which could result in further economic assistance.)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함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은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 등을 얻으려면 지금이 적기로 판단하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 한국 여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여에 나서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교류를 시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의 상당한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남북 관계에 진전이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나 9∙19남북군사합의 등의 폐쇄와 무효화를 대북 전단 살포와 무리하게 연결지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비해 북한의 반응이 도를 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킹 특사는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올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북한과의 관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먼저 한국을 통해 코로나19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미국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부가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은 그 부서의 역할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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