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후계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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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계기로 북한 지도부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권의 안정된 이양을 이끌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해도 북한 내부의 정치 역학 구조에 주목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단기적으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금 현재로서는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수 년간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을 당, 정의 주요 요직에 임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수업을 받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러 중책을 수행해 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한 내에서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수석보좌관(de facto chief-of-staff)과 조직지도부 요직을 담당해 온 것은 물론 2018년 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내놓은 대남, 대미 성명은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김정은 위원장의 김 제1부부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만일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양성 중인 여동생이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소장: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각료들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오빠 김정철, 김평일 전 체코대사 등 김 씨 일가도 모두 김여정 제1부부장을 지지할 것으로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정책 비전, 즉 청사진에 따라 통치체계(governance structure)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충성심 높은 집단을 이미 구축해 두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핵 문제와 국제관계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전을 지지하는 이 집단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정권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디트라니 전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성으로서 유교적인 북한에서 지도자로 등극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일각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AN)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수 년간 자신의 유고 이후 어떤 후계 구도가 구축되더라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그 과정에서 강력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 온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I believe KJU has been trying to set the framework that would allow her to have a very powerful role in whatever leadership configuration is constructed after he goes.)

김여정 제1부부장이 여성이고 나이가 어리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최고영도자 지위를 얻으려면 당 대회를 통한 정통성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최고영도자 직책을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숙청 등의 권력 구축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