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김정은 최측근으로 위상 강화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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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 담화가 처음으로 발표된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조언자로서 김여정의 위상 강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를 향한 거친 언사는 북한이 현재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례적으로 3일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 청와대가 북한이 2일 감행한 발사체 발사와 합동타격훈련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북한 정권 내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된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우선 켄 고스(Ken Gause)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권 내에서 김 제1부부장의 위상과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번 담화 발표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 (이번 담화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이자 피붙이로서 정권 내에서 정치적 역할이 커지면서 예상됐던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여정 담화 발표가)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닌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김여정의 공적 역할이 확대되는 것을 목격할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이번 담화는 북한이 작년 말 근본적으로 ‘새로운 길’로 전환했고 최근 코로나19, 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문제도 있는 만큼 북한 내부 단속 필요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 박(Jung Pak)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정권이 왜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번 담화는) 김여정이 계속해서 김정은의 신뢰받는 조언자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석좌는 이어 북한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을 통해 ‘올림픽 해빙기’를 위한 연성권력(soft power)을 내세운 만큼, 김여정의 이번 사나운(vicious) 언사가 그 역시 김정은처럼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패트리샤 김(Patricia Ki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 명의 담화 발표 의도 중 하나로 “북한 내부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며 “김여정이 오빠인 김정은의 신임을 받는 조언자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정확한 이유는 알기 힘들지만,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 및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남 특사 역할 등을 감안할 때 김여정 명의 담화가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분명한 점은 김여정의 거친 어조는 현재 정체된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려는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남 외교적 관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 김(Soo Kim) 미국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김여정 담화가 북한의 행보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명백한 불만(thrust)을 내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 분석관은 또 “코로나19 발병 이후 북핵 협상에 대한 한미 양국의 집중도가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은 잊혀지길 원치 않으며 긴장과 도발의 사다리(escalation-provocation ladder)를 아직 내려놓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한 대처 능력도 결여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정권인 만큼, 비핵화, 미북 및 남북 관계 개선,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 현실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패트릭 크로닌(Patrick Cronin)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표면상으로 김정은 정권은 방어태세에 있으며 가족만을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이어 “정체된 외교는 북한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며, 탄도미사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괴할 순 없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김정은이 당면한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도전 요인에 대해 집약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