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내놓은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에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담화의 명의가 김여정 제1부부장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남북경협, 민족공조 등에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데 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대북제재의 완화나 남북경협, 혹은 대규모 대북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 보건, 의료협력”을 촉구한 한국 청와대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여기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입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도 대북 인도적 지원도 아닙니다. (이번 담화에는)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규모 지원, 즉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교류, 협력을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은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감염병 사태까지 겹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남북(경제협력)관계도 이루지 못했는데 의료, 보건 협력을 제안한 한국 정부가 거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김 부부장의 경우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에 비교적 좋은 인상을 남겨 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담화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대남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이라는 의미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내용 자체는 특별하지 않습니다만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대남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발표된 시점도 주목됩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무게감 있는 담화가 나올만한 동기나 계기는 없었다고 본다”며 이번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판을 계기로 북한이 쌓인 불만을 담화에 담아 표출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담화를 내놓은 김여정 부부장의 북한 내 위상과 영향력은 상당히 확대됐을 것으로 관측됩디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실제 조직지도부를 담당하고 있다면 현재는 실질적인 조직지도부 부장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자신의 입장을 대외에 표명했다는 것은 그만큼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