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통일부가 최근 막을 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의 강경한 대남·대외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0일 막을 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국방력 강화 및 자위권, 국권수호 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한 ‘강대강’, ‘정면승부’ 등의 투쟁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부문의 원칙들과 전략전술 방향을 천명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이뤄진 인사조치와 당 통일전선부장에 리선권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 및 외무상에 최선희가 오른 점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기존의 강경한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추가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단호히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의 추가적인 후속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모든 행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추가 도발 시에는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한미를 겨냥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향후 북한이 구체적인 대남, 대미 메시지나 대적투쟁 원칙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한국 통일부는 북한과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이어 지난 12일 비서국 회의를 개최한 것에 대해선 전원회의 결정 사항 관철을 위한 통제적 장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평가했습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의 대미정책이 대결 일변도로 변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대남사업을 대적투쟁으로 규정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슈브리프를 통해 “북한은 올해 들어 지속해온 무력시위 등 강경한 대외 정책을 지속할 의지가 분명하다”며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한 국방력 강화의 핵심이 핵전력 강화라는 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이번 전원회의에서 상반기 정책 성과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사실 불만이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정치국과 비서국, 군 및 사회안전 분야의 주요 인사들이 대폭 물갈이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당 정치국 위원은 11명에서 9명으로 감소했고 비서국 비서는 7인 중 3인이 변경됐습니다.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사회안전상, 국가보위상 등도 교체됐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하반기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언급하며 북한이 처한 심각성을 강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새로 발탁된 인물들은 대부분 실무 경험이 풍부한 관료들로 정책 역량 강화가 대규모 인사의 목표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리선권으로 교체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향후 7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대립이 격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공세적 대응을 위해 진용을 정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향후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반미 공조를 강화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덧붙였습니다.
반면 북한의 이번 인사조치가 대결보다는 협상을 위한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미북, 남북관계를 보면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임기초반과 유사하다”며 “역대 한국 대통령을 거치며 핵실험을 한 북한이 지난 2017년처럼 한국 정부를 흔들다가 2023년 대화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리선권을 통전부장에,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한 것도 ‘강대강 대치상태’ 이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도발할 수 없도록 억제력을 강화하고 단호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조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 간의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열립니다.
이어 박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본다”며 “북한이 계속 도발하는 것보다는 대화와 외교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