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모든 지뢰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 국제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하는 국제 지뢰감시기구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최근 북중 국경에 지뢰를 매설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지뢰 감시기구인 '노르웨이 피플스 에이드'(Norwegian People's Aid)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의 지뢰매설 실태와 정책제언을 담은 연례보고서(Clearing the Mines 2020)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다음주 16~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8차 대인지뢰금지협약 당사국 회의에 제출될 예정으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대한 각 국의 이행상황과 비가입국들의 현황을 감시하는 연구사업인 '지뢰행동검토'(Mine Action Review)팀이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우선적 사안으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고 모든 대인지뢰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른바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은 대인지뢰의 사용 뿐만 아니라 비축, 생산, 이전을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도록 하는 국제협약으로 지난 1997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체결됐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대인지뢰금지협약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국제인권법에 따라 지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며, 조속히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를 재개하고 독립적인 지뢰제거 검증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피플스 에이드'의 루시 핀체스(Lucy Pinches) 선임연구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별다른 진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남북한 모두 조속히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하면서 한반도 지뢰 제거를 위한 남북한 간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핀체스 선임연구원: 우리는 한국과 북한이 비무장지대의 심각한 지뢰매설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북중 국경지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뢰 제거 운동을 하는 민간단체인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의 예슈아 모서-푸앙수완(Yeshua Moser-Puangsuwan)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국경지대 지뢰매설로 코로나19 유입을 막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다(ridiculous)며 오히려 북한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겨냥하는 지뢰매설은 국제법 위반으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국은 아니지만, 군사활동이 민간인을 무차별하게 겨냥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네바협약을 북한도 비준했다는 겁니다.
모서-푸앙수완 박사: 지뢰는 본질적으로 무차별적인(indiscriminate) 무기입니다. 지뢰가 일단 매설되면 누가 밟게 되는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경제적 이유로 (탈북하는) 비정상적 통로가 있는 국경지역에 이런 성격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차별적으로 주민들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제인도주의법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27일 양강도 군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초부터 북중 국경지역에서 국경경비가 취약한 구간을 중심으로 살상 반경이 3~3.5미터인 최신형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앞서 3일 한국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북중 접경지역 일부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확인했습니다.
한편,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은 12일 발표한 2020년 지뢰 연례보고서(Landmine Monitor 2020)를 통해, 한국과 북한 모두 향후 지뢰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아 12개 지뢰생산국 중 하나로 적시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