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어보호법, ‘남한말’ 등 외부사조 유입 차단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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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된 것과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쓰이는 이른바 남한말 등 외부사조 유입을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됐습니다.

한국에서 쓰이는 이른바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외부 사조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사회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결국 '남한말', 그리고 외부 사조 유입으로 인한 북한 언어 사용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해서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강력한 극약 처방을 한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2021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한국식 말투와 언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보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하태경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지난 2021년):예를 들어서 남편을 오빠라고 한다든지. '오빠'라고 쓰면 안 된다, '여보'라고 써야 한다. '남친' 쓰면 안 되고 '남동무'라 불러야 하고, '쪽 팔리다'는 표현을 금지하고 '창피하다'고 써야 하고 '글구'는 '그리고' 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남쪽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혁명의 원수다, 라고 규정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체제 유지 차원에서 중요한 결정 사항”이라며 특히 북한 내 청소년층을 외부 문화와 차단시키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한에 한국식 말투 등 외래사조가 계속 들어오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특히 내부 결속과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 및 외부 사조 노출을 분명히 단속하겠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결정 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한국식 이름을 “혁명적으로 고치라”는 지시를 내렸고 ‘오빠’, ‘자기야’와 같은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이 지난해 10월 북한 내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외부 정보 이용과 매체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북한에 확산된 한국 영상물의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이 한국 옷차림과 말투를 따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과 관련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문에서 당의 구상과 의도를 철저히 실현한다든지, 사상과 제도·문화를 수호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볼 때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집권 이후 17차례의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됐고 그 중 김 총비서가 참석한 것은 9차례”라며 이번 불참을 이례적인 사항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이번 회의 개최 일정을 알리면서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등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