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미등록 노트북 · 태블릿 처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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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개인 노트북(노트컴)과 태블릿(판형컴퓨터)을 국가에 등록하라고 강요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을 경고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사회안전성이 최근 개인 노트북과 태블릿을 국가에 등록할 데 대한 회람장을 각 인민반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람장은 국가의 주요 지시나 의도를 정리한 문서로 인민반장이 직접 매 가정을 방문해 충분히 읽게 한 뒤 수표(사인)를 받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개인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를 국가에 빠짐없이 등록할 데 대한 사회안전성 회람장을 지난 8일부터 인민반장들이 매 가정에 돌리고 있다”며 “앞으로 노트컴과 판형컴퓨터에 대한 통제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탁상컴(데스크탑)과 노트컴, 판형컴퓨터는 국가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번 회람장에서는 특별히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만 국가에 등록하도록 요구했다”며 “등록 절차도 과거처럼 복잡하지 않고 인민반을 통해 등록하도록 간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인민반장이 대행하는 방식으로 등록절차를 간소화해 개인 컴퓨터 등록을 장려하려는 의도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탁상컴과 노트컴, 판형컴퓨터를 직접 시, 군 안전부와 체신소(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등록을 했다”며 “등록을 마치게 되면 안전부와 체신소에서 등록표를 컴퓨터에 부착해 주는데 등록표엔 등록날짜와 등록번호가 새겨져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하지만 이제는 시, 군 안전부와 체신소에 컴퓨터를 가지고 갈 필요가 없고 등록표도 필요 없게 되었다”면서 “인민반장을 찾아가 컴퓨터를 소유하게 된 날짜와 소유하게 된 경로, 컴퓨터의 종류(기종)와 생산연도를 작성해 넘겨주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4일 “앞으로 국가에 등록하지 않은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는 소형 라지오(라디오) 소지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며 “소형 라지오를 몰래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이유 불문하고 간첩으로 처벌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노트컴과 판형컴퓨터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최근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행위로 82연합지휘부(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체포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이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로 외부 문화를 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트컴과 판형컴퓨터가 소형 라지오 수준의 위험요소라는 것이 국가의 판단인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부터 올 해까지 한국영화, 음악을 시청한 죄로 처형되는 주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1일에 진행한 간부강연회에서도 노트북과 판형컴퓨터의 위험성이 강도높게 거론되었다”면서 “2020년부터 한국영화와 음악, 불법출판물을 자발적으로 사법기관에 바칠 것을 매우 강력히 요구했으나 실제 자발적으로 바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국가가 회수하지 못한 한국영화와 음악, 불법출판물들이 USB(소형 기억장치)에 담겨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사법기관의 판단”이라며 “국가가 1980년대부터 마약을 강력히 단속했지만 아직도 마약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아편과 얼음(필로폰)의 단속이 어려워지자 아편 밭을 없애고, 얼음 제조업자들을 처벌한 것처럼 USB에 담긴 한국영화와 음악, 불법출판물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니 애초 그런 것을 몰래 재생하는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도 숨기기 쉬워 한국영화와 음악, 불법출판물의 단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19년 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한 탈북민(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왠만한 도시의 경우 전체 가정의 3분의 1 정도가 비록 구형이긴 하지만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주민들 중 등록하지 않고 노트컴과 판형컴퓨터를 소지하고 있는 정확한 비율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노트북과 태블릿, 데스크탑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나 부피가 큰 데스크탑만 등록을 할 뿐 노트북과 태블릿은 주민들이 잘 등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