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측 협박성 발언에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즉각 밝혔는데도 북한 당국은 바로 다음날 남북연락사무소부터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 측이 북한에 "한국은 협박하면 된다"는 잘못된 확신을 심어준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5일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재차 문제삼으며 첫 순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전선부는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발표한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문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집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고단수의 변명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미국의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이 대북전단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곧바로 발표했는데도 북한 당국이 남북연락사무소를 철폐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측 주장처럼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이었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바로 대북전단 규제법을 만들겠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기보다 북한이 합의를 위반한 것들을 우선 거론하며 맞서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보니 북한 당국에 "한국은 협박하면 된다"는 잘못된 확신을 심어주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지도자의 실상을 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용한 외부정보 유입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대북전단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하는데도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철폐하겠다고 밝힌 것은 추가양보를 얻기 위해 한국을 계속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 한국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경제적 혜택, 인도주의적 지원, 또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적극 양보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묵살해왔는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데 한국 정부가 역할을 못해서 그러는 것으로 봅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한국 정부를 계속 더 압박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 것이라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규제법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2년 임기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키면서까지 북한 달래기에 나선 정치적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남북연락사무소 철폐 발표가 나오면서 이러한 도박이 과연 가치가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 당국의 남북연락사무소 철폐 관련 발표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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