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미국에 대북전단 금지법 취지 설명할 것”

0:00 / 0:00

앵커: 한국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심의·의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측에 대북전단 금지법의 취지를 잘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2일 오전 정세균 한국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한국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 2만7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로써 대북전단 금지법은 시행에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정세균 총리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대북전단 금지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개정 목적에 부합하게 법이 이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이인영 장관은 "법안 내용에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법안을 발의하고 가결해준 국회와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법안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해 "당초의 입법 취지대로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제3국에서 북한으로 물품이 전달되는 경우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또 지난주 50여개의 주한 외교공관을 대상으로 대북전단 금지법 개정 설명 자료를 제공했다면서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법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측에 대북전단 금지법의 취지를 잘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앞으로도 한국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이 법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행정부, 의회, 관련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접촉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며 "개정법안의 입법 취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임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3국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 국무부가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해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입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 측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1일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통해 "미국은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호를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이어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 즉 깜빠니아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정부기구(NGO), 다른 국가의 협력 상대들과 계속 힘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의사는 아니지만 정보의 자유로운 유입과 접근 촉진 등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 기조상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미 간의 직접적인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 법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내포하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현욱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차기 행정부에 있어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는 낮지만, 한미동맹 복원 문제는 상당히 순위가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 당장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연대, 동맹 복원이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날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우려가 잇달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소속된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북전단 금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성명을 내고 "인권 선진국이었던 한국이 북한 수준으로 전락한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법안이 '김여정 하명법'이며 한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이날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속에서도 북한만을 보고 독주 중이며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대북전단 금지법을 발의해 지난 2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사를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8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 이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 심의까지 과반 의석수를 앞세우며 통과시켰습니다.

이날 국무회의 심의·의결까지 통과한 대북전단 금지법은 이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가와 공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개정안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시행 시기는 내년 3월 말쯤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무위원과 국무총리, 대통령이 결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