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에는 미북 협상 재개를 돕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갑작스런 연락사무소 철수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미국 측에 최근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북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주고 경제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했는데, 결국 의도대로 협상이 흘러가지 않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좀 더 명확히 보여주려 했다는 겁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남북 간 주요 소통 창구로서 문을 열었던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미국 정부와 협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율해달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쇼프 선임 연구원 : 북한은 미국의 유연하지 않은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을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미국 정부에 자신들과 타협하다록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간절히 원하는 남북협력을 이어가고 싶다면 미국으로부터 절충안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 역시 공동연락사무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하는가하면 미사일 시험장에서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북한의 이러한 돌발 행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쇼프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쇼프 선임연구원은 또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국과의 대화도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락사무소에 수십명씩 파견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이 같은 돌발행동이 협상 상대로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선임 연구원은 만약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단기간 비우는 것이라면 ‘경고성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 된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 자체에 대한 모멘텀, 즉 추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한 미국 부대사를 지냈던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마크 토콜라 부소장 역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철수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이 직접 나서지 않고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미북 협상 재개를 요구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것입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대북정책과 미북 협상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토콜라 부소장 : 미국 정부는 다음 조치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다시 생각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번 말했듯이 미국은 북한과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돌발행동은)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진행시켜 나가야할지 더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이날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철수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미국 정부는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적 대화를 이어가야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2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보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We are aware of these reports. I refer you to the R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