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문철명 인도는 대북신뢰 잃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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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동남아시아 핵심 거점으로 알려졌던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 씨를 미국에 인도한 것은,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의 한반도 전문가 후추핑(Hoo Chiew-Ping) 박사는 1일, 지난 2017년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 이후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 북한 국적자 문철명 씨를 미국으로 송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와 미국의 동서센터(East-West Center)가 이날 공동으로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후추핑 박사는 현 말레이시아 당국자와 의원들이 북한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북한과의 관계 대신 국제법을 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후추핑 박사: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독특한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게 더 크기 때문에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관계를 단절하기로 했을 때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추핑 박사는 또 문철명 씨에 대한 미국 측 증거와 송환 요청에 따라 문 씨의 유죄 가능성을 인지하고 송환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문 씨가 술과 사치품 등을 북한에 반입하고 돈세탁을 했다며 6개 혐의로 문 씨를 기소했고, 미국 법무부는 지난 3월 문 씨를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해당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에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당시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다만 북한 대사관 철수 이후에도 여전히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국적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추핑 박사는 여러 북한 국적자들은 오랜 기간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진행해왔고 국제학교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있다며, 이들 중 영주권 소지자들은 계속 말레이시아에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이들의 북한 귀국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후추핑 박사: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북한 국적자들이 북한으로 귀국하는 등 이동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매우 눈에 띄지 않게(a very low-profile) 지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압둘 하미드 바도르(Abdul Hamid Bador) 당시 경찰총장은 국영 베르나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대사관 철수 이후에도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는 북한인들은 부유한 외국인에게 장기 체류를 허가하는 '말레이시아, 나의 두 번째 고향 비자'(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통해 거주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후추핑 박사는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최대압박 전략과 달리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해당 국가들은 일부 분야에서 무역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러한 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경고를 받지 않는 한, 섬유 산업 등 북한의 핵확산,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을 분야에서 교역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대북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박 기조에 동조할 것이라며, 동시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후추핑 박사는 최근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미 관계가 진전되면서 북한은 자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북한의 공격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북한은 현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대안을 탐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