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올해 미·북대화 재개보다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 강화 등에 힘쓸 것이란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북한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가 ‘2023 미 신년 국정연설의 주요 내용 및 함의’를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
민정훈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미 행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북한 문제가 여전히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강경한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며 8차례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모두 41차례에 걸쳐 70여 발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만큼 이번에는 북한 문제가 거론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정치적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며,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는 미북 관계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이란 핵 합의 복원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를 해도 북한이 이에 호응하지 않은 채 오히려 대화 재개 문턱을 높이는 조건으로 악용할 경우, 북핵 문제 진전 없이 북한에 양보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정치적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뒤로하고 중국·러시아에 밀착하는 것은 경제적인 생존과 더불어 목표로 삼고 있는 핵·미사일 능력에 도달하기 위한 발사 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미북 관계가 한동안 교착상태를 지속할 것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전문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포함해 한미가 연합훈련 규모와 강도를 높이고 군사협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1시간 13분정도 진행한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외교차관은 워싱턴DC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 등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은 현지 시간으로 14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동맹을 내실화하고 한 차원 격상시키기 위한 긴밀한 협력, 그리고 외연과 깊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가 한미의 우선순위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을 위해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및 확장억제 약속이 철통같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양측은 올해 열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통해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또 국제사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독려하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등을 통한 자금 조달 차단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한·중 외교협의를 계기로 북핵 고도화 추세 속에 중국이 한국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고려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주중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정재호 대사는 지난 14일 쑨웨이동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측이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직면한 한국의 정당한 안보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