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선제 타격' 가능성 시사

0:00 / 0:00

앵커 : 한국 정부가 지난 25일 밤 열린 북한 열병식과 관련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한반도 및 지역 정세에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5일 밤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한 북한. 이 열병식에서 북한은 각종 재래식 무기들과 전략미사일 부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하면서 자위적 국방력, 전쟁 억제력의 지속적 발전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흰 원수복을 입고 등장해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parade_kju.jpeg
People watch a TV screen showing a news program reporting about North Korea's military parade with an image of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t a train station in Seoul, South Korea, Tuesday, April 26, 2022.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owed to move faster in bolstering his nuclear forces and threatened to use them if provoked in a speech he delivered during a military parade that featured powerful weapons systems targeting the country's rivals, state media reported Tuesday. (AP Photo/Lee Jin-man) (Lee Jin-man/AP)
26일 서울역에서 사람들이 북한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AP

이에 한국 정부는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26일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긴장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과 대화에 다시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및 지역 정세에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촉구합니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외교적 해결의 길로 북한이 조속히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한국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지난 5년동안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들을 개발하는 데 몰두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수위 측은 “북한은 겉으로 평화와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수단들을 개발하는데 몰두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인수위 측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날 열병식을 맞아 연설한 내용은 그 수위가 상당히 높고 위협적이었다는 게 한국 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때라는 전제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김 총비서가 핵무기 사용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고 비군사적인 상황을 국가 근본이익 침탈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겁니다.

tv_parade.jpeg
People watch a TV screen showing a news program reporting about North Korea's military parade with an image at a train station in Seoul, South Korea, Tuesday, April 26, 2022.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owed to move faster in bolstering his nuclear forces and threatened to use them if provoked in a speech he delivered during a military parade that featured powerful weapons systems targeting the country's rivals, state media reported Tuesday. (AP Photo/Lee Jin-man) (Lee Jin-man/AP)
26일 서울역에서 사람들이 북한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AP

곽길섭 국민대 교수 :자위적 수단이 아니고 이제 공격용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조건을 달았지만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일종의 엇박자를 낸다면 북한이 과거 주장했던 서울의 주요 시설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북한의 최고 수뇌가 얘기한 것입니다.

이어 곽 교수는 “핵무기 사용의 기준이 포괄적으로 바뀐 것이고 관련된 해석권은 김정은 총비서가 쥐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 사용 기준, 이른바 ‘핵 교리’를 변경했다며 북한의 핵 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상당히 넓혀 놓은 겁니다. 체제 위기라든지 내부 위기, 레짐 체인지 등 이런 시도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이렇게 확장시켜서 주장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이 같은 긴장 고조 행위를 적어도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전까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적어도 핵 위협이 포함된 담화 등을 잇따라 내놓거나 대남, 혹은 대미 비난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입니다.

대남,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의 추가 ICBM 발사, 핵실험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연설을 통해 단기간 핵능력 고도화를 주문한 것으로 봐서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핵실험 단행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당분간 한반도에서 이른바 ‘강 대 강’ 국면을 맞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