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보고서 “북 ‘극초음속 활공체’ 급증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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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자간 협정인 '탄도미사일 비확산 헤이그 행동규범(HCoC)'이 2일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 등 국가의 극초음속 활공체가 급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중국의 기술지원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세계 143개국이 가입돼있는 ‘탄도미사일 비확산 헤이그 행동규범(HCoC, Hague Code of Conduct against Ballistic Missile Proliferation)’.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정치적 성격의 규범이지만, 강행적 규범이 부재한 탄도미사일 분야의 유일한 국제규범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93개 국가가 참여한 가운데 처음 채택됐고, 이후 유엔 총회에서도 HCoC 지지 결의가 채택됐습니다.

가입국들은 매년 회의를 열고 미사일 비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에 대한 자국의 정책을 사무국에 제출하고, 발사 시험 전 사전통보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스위스, 호주(오스트랄리아), 스웨덴(스웨리예), 폴란드(뽈스카), 인도(인디아), 캄보디아(캄보쟈)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일 ‘탄도미사일 비확산 헤이그 행동규범(HCoC)’은 북한 등 국가의 극초음속 무기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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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비확산 헤이그 행동규범(HCoC)’이 2일 발표한 보고서. /HCoC

보고서는 극초음속 무기를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rs)’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Hypersonic cruise missiles)’로 나눠 설명하면서 “극초음속 활공체는 잘 알려진 기술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도 비교적 쉽게 설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Their main advantage is that they derive from well-known technologies and can be relatively easily designed, even by emerging ballistic powers such as Iran or North Korea.)

이어 “전술무기로 분류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가까운 시일 내에 급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They can be categorised as a kind of tacticalglider and are very likely to proliferate in the near term.)

보고서는 북한은 화성-8을 통해 극초음속 활공체를 시험했다며 핵무기를 극초음속으로 발사하고 싶어한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9월 화성-8형 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르면, 특징은 ‘로켓 추진-활공 미사일(Boost-glide)’, ‘지상 발사(ground launched)’, ‘이동식(road-mobile)’이라고 했습니다.

이 실험은 멀리 날아가는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싶어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tests of the KN-08 clearly illustrate that Pyongyang is in search of a longer-range system.)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목표물에 맞추기 위해 매우 빠르고 변칙기동하는 무기를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며 “기존의 탄도미사일로는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하게 갖춘 지역을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North Korea has shown its willingness to deploy extremely fast and manoeuvrable weapons to ensure that some nuclear weapons can reach their target in a region where the deployment of anti-missile systems is extremely dense and could potentially erode the efficiency of an attack conducted using basic ballistic missiles.)

또, 북한 극초음속 활공체와 중국의 둥펑 계열 극초음속 활공체(DF-ZF)가 현저하게 유사하다며 북한 극초음속 활공체 개발에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The ability of North Korea to develop such systems domestically and the striking similarity between the North Korean glider and the Chinese DF-ZF raise questions about Chinese involvement in North Korean programmes.)

북한이 쉽게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 ‘극초음속 활공체’란 발사체 탄두부에 탑재돼 높은 고도에서 분리됩니다.

이후 목표물까지 최대 마하 20, 음속의 20배 가까이의 속도로 날아가는데, 포물선 궤적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비행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재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어렵습니다.

극초음속 활공체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비행고도가 극초음속 활공체보다 낮기 때문에 요격과 방어가 더 어렵습니다.

이 미사일은 ‘스크램젯(scramjet)’ 엔진으로 비행하는데, 엔진 내부에 팬이 없어 고속의 공기가 곧바로 빨려들어오고 내부 충격파로 공기가 압축돼 추진력을 얻습니다.

최근 미 공군은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 , 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를 B-52전폭기에서 발사하는 시험을 통해 스크램젯 엔진 중요 데이터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종류(HAWC)의 무기를 실용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