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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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전문가는 북한이 적국의 위성을 파괴하는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을 시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위성요격 능력을 갖게 되면 이는 한반도 균형을 바꾸는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박대광 연구위원은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새로운 전략 도발 선택지로서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31일 ‘북한의 새로운 전략도발 옵션,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 가능성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그러한 시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은 적국의 위성을 파괴하는 대우주무기(counter-space)로 지구에서 위성 요격체를 발사하되 요격체를 궤도에 올리지는 않으면서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위성을 파괴합니다.

직승 위성요격은 두 가지 형태의 방식이 있는데 우선 미사일에 자동유도 요격체(homing interceptor)를 탑재해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박 위원은 이 공격을 위해서는 요격체를 목표위성의 궤도 고도로 올릴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기술, 목표위성의 비행궤적을 계산하고 최적의 요격개시 지점으로 요격체를 보내는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목표위성의 경로에 거대한 펠릿구름(cloud of pellets)을 발사하는 것으로 작은 입자의 충돌도 위성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원리를 활용한 방법입니다.

자동유도 요격체를 개발할 능력이 없지만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기에 필요한 것은 발사할 펠릿구름에 대한 통제력입니다.

박 위원은 요격체를 탑재한 미사일을 지구 저궤도 고도에 보낼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목표위성의 궤적을 계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지만 현재 지구 궤도에 있는 모든 위성의 위치, 궤도 정보가 민간 위성추적 서비스업체에 의해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사일을 탑재한 요격체를 목표위성으로 유도할 센서 기술도 높은 수준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민간 위성추적 서비스업체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 문제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위성요격을 실현할 최소한의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박 위원의 평가인데 미국 국방정보국도 지난 3월에 공개한 보고서 Defense Intelligence Agency(2022 Challenges to Security in Space)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은하3 같은 우주발사체는 분쟁 시 위성을 공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박 위원은 북한의 직승 위성요격 능력 보유는 한미동맹과 북한 간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북한이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단행할 경우를 대비해 기술적 차원에서 이를 좌절시킬 방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현재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은 핵ㆍ미사일 시험과 달리 이를 저지할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하며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박 위원은 북한이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실시한다면 그 대상은 현재 폐기물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된 채 일정한 궤적을 돌고 있는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나 광명성 4호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 2월 27일, 3월 5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향후 있을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암시하는 행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2월 27일 발사에 대해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른 중요한 시험이었다”고 밝혔고 3월 5일 발사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한 바 있습니다.

박 위원은 특히 3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 군이 발표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포착시각 9시 48분경은 당시 미국의 군사위성 USA-186이 한반도 동해 상공을 통과하던 시간대와 거의 일치한다”며 “북한이 우주의 표적을 탐지ㆍ요격하는데 필요한 센서의 성능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