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했다는 유엔 전문가단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단은 최근 공식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불법 대량살상무기 부품과 재료를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2016년 모스크바 주재 북한 외교관인 오용호는 북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제조에 필요한 합금 3천t과 탄도미사일에 쓰일 수 있는 아라미드 섬유 300kg을 구입했습니다.
오용호는 또 2016년부터 러시아 회사들과 접촉해, 2018년 3월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스테인리스 합금 9t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6~2020년에는 북한의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군수공업부 산하기관 '로케트공업부'를 대신해 탄도미사일 제조에 사용되는 베어링을 구입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용호는 미사일 부품 조달 이외에도 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 등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의 한 기업인은 2018년 6월 오용호에게 미사일의 고체연료 합성 과정에서 특정 회사의 촉매제를 혼합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를 보냈습니다.
2019년 한 러시아 미사일 로켓 과학자는 러시아산 순항미사일인 TRDD-50의 설계도를 오용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오용호에 대한 전문가단의 문의에 "오용호가 불법 거래에 관여했다는 정보가 없다"며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무기 부품을 조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기계무역총회사의 김종덕은 중국 단둥에 위치한 한 회사에 2021년 1월 이후 최소 4차례 미사일 엔진 제작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합금과 밸브, 펌프 등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이 회사 이외에도 중국에 위치한 중국 업체 최소 2곳 등과 더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업체 3곳은 전문가단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선양에 거주하는 북한인 림룡남 역시 북한 군수공업부를 대신해 2019~2020년 고체연료 제작에 필요한 알루미늄분말을 수 톤 가량 구매해 이를 여러 차례 북한에 보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전문가단의 관련 문의에 "림룡남이 중국에서 알루미늄분말을 거래한 내역을 찾지 못했다"며 "림룡남은 현재 중국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영변 원자로 재가동, 평산 우라늄 광산과 강선 단지에서의 활동 징후, 용덕동 터널 인근에서의 차량 활동 등이 포착됐다며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 및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새로운 기술 개발 분야로는 극초음속 활공 탄두와 궤도 조정 가능 재진입 기술을 꼽았고,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배치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북한의 불법 수출입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공식 정유 제품 수입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실제 수입량은 상한선인 연 50만 배럴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유엔 회원국들의 지난해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29건의 보고되지 않은 북한의 정제유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당 각 90%를 채웠다고 가정 시 북한이 수입한 정제유 제품은 52만5천967배럴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도 지속됐다며,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북한이 최소 64차례 중국에 55만2천400미터톤의 석탄을 수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불법 해상 활동을 위해 단순 자동선박식별시스템(AIS) 신호를 거짓으로 전송하는 수법을 넘어, 선박의 디지털 신원을 세탁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부 소식통은 북한에서 주류 등 소비재 수입이 사실상 전무해 전자제품, 화장품, 세제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북한의 최고 부유층도 사치품은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단은 북한 관리들이 고급 외제차인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이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언론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해 4월 북한 민용항공총국이 중국 선양에 위치한 한 회사를 통해 60만 달러 상당의 도요타 고급 SUV 4대를, 같은 해 5월 또 다른 중국 회사에서는 40만 달러 상당의 산업용 차량과 트럭 10대를 구입하려 했다며 전문가단이 해당 사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의 악의적 사이버 활동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은 2020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북미, 유럽, 아시아에 위치한 가상화폐거래소 최소 3곳을 공격해 미화 5천만 달러 이상을 갈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해 가상화폐거래소와 투자 회사 7곳을 공격해 4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는 민간 사이버보안업체의 보고서도 인용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