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엿새를 앞두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이 낮 12시쯤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70km, 고도는 약 780km이며 속도는 마하 11로 탐지됐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이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위협 행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정보 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한국 군 당국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도발은 오는 10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엿새 앞둔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16일 북한이 함흥 일대에서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을 발사한 지 18일 만이자 올해 공개된 14번째 무력 시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에서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이뤄진 첫 도발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평화 안정 요구에 배치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국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면서, 강한 규탄과 함께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정부는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근본적인 억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 간 신속한 협의도 이뤄졌습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인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도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규탄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일본 북핵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만나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단합과 대응,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북핵수석대표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입장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며 “핵 없는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 평화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 등 그 과정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후보자 : (이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죠?) 네, 이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맞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번 미사일이 ICBM이나 그보다 사거리가 다소 짧은 미사일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북한 풍계리에서는 현재 6차 핵실험보다는 규모가 작은 소형 전술핵무기 실험을 준비중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는 경우 그에 대한 물리적인 대응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전략적 도발에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핵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도 나타냈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후보자 : 지금 당장은 한국이 북한 핵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의 확장억제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가 이익 차원에서 동맹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자는 한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한미 동맹을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다만 미국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한국 군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상대방의 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만 핵을 사용한다는 통념과는 달리 그렇지 않은 상황에도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한국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현재 한국 군의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다른 차원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며,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