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같은 것이라며 다만 비행 마지막에 연료를 미사일 엔진에 공급할 수 있도록 개조해 사거리를 늘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과 소련은 1987년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을 체결하고 사거리 500km에서 5,500km인 중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폐기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500km 이하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이 600km정도를 비행했다는 것은 북한이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개조해서 이 미사일을 제작한 것이라고 베넷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통상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500km가 되려면 정점고도가 적어도 100km는 되야 하는데 이번 북한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가 50 km 인데도 600km를 비행했다는 것은 비행 중간에 엔진이 점화되어 미사일이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도록 엔진에 연료가 추가공급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30초에서 1분 사이에 모든 연료를 다 쓰고 정점고도에 올라간 후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식인데 이번 북한 미사일이 정점고도 후에도 계속 운항(maneuver)을 한 것은 엔진에 연료가 추가로 공급됐기 때문이라는 게 베넷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본질적으로 북한이 한 것은 미사일에 추가 연료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해서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미사일 엔진이 다시 점화되어 미사일이 더 운항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Essentially what they have done is they have added extra fuel in the missile to allow engine to burn toward last part of its flight and to maneuver missile around.)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전문가인 토마스 카라코(Thomas Karako) 선임연구원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발사된 미사일이 정점을 찍고 낙하하는 단계 도중 돌연 다시 솟구쳤다가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낙하하는 등의 복잡한 회피 기동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라코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저고도활공도약형 비행궤도'라고 언급한 이런 미사일의 특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다만,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가 이런 미사일을 가졌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마이클 앨먼(Michael Elleman)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비확산핵정책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 미사일이 고도 50km 이하의 공기가 많은 대기권에서 비행했기 때문에 미사일 끝의 방향조절 장치(Fin)로 회피 기동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앨먼 국장은 하지만 이번에 북한 당국이 목표로 했던 지점에 미사일이 정확히 도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비행했기 때문에 북한이 동해상의 선박에서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 발사 궤적을 추적하며 자료를 모으지 않았다면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미사일 능력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핵∙미사일 전문가인 미들베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미사일이 고도 50km 이하로 비행하면 '패트리어트'와 같은 미사일방어 체계의 레이더로는 식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넷 선임연구원은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은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회피 기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하강하는 미사일을 격추하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처럼 비행 마지막에서 갑자기 상승하는 복잡한 회피기동을 할 경우에는 격추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