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매체가 공개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듯한 영상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이 북한 당국에 의해 연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은 자국 매체를 통해 지난달 29일 열린 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듯한 영상을 상영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와 관련,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가짜(fabricated)"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실제 발사를 담은 영상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해당 동영상은 특정 열병식(parade)을 위해 사전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 제작된 '렌더링(render)', 즉 누구나 외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물 그대로 재현한 것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선전선동부는 고급 영상 편집 기술을 습득해 사용해 왔을 것이라며, 실제 발사를 담은 영상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혹시라도 해당 영상이 실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실제라면 앞서 북한을 주시하는 국제사회의 정보당국이 이를 놓쳤을 리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무기 체계 전문가인 나단 헌트(Nathan J Hunt) 분석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해당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가 아니며 발표를 위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더 중요한 건 이동식발사대서 ICBM이 발사되는 것이라기 보다 최근 몇 년간 ICBM개발을 공개하는 것을 자제했던 북한 당국에게 ICBM 관련 영상 상영이 더 이상 '금기(taboo)'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해당 영상은 정치, 경제적 양보를 얻기 위해 긴장의 위협과 도발을 늘리는 북한 당국의 '협박 외교(blackmail diplomacy)'의 일환으로 긴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저수위의 도발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남북 간 소통 재개를 계기로 한미 당국 측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 형성과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의 추가적인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해당 영상이 한국과 미국 등에 대한 도발을 염두에 두고 대외적으로 특정 의사를 전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이는 내부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내부적인 장식품(a bit of embellishment for internal appeal)'과 같다며, 특히 미국은 실제 북한이 이같은 미사일발사 역량을 가졌다 해도 실제 상황에서 북한이 어떻게 운영할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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